부모–자녀 의사소통과 푸드표현예술치료
부모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아이와 대화가 안 돼요”라는 호소다.
부모는 말을 걸고 싶은데 아이는 입을 닫고, 아이는 답답한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른다. 이 간극 속에서 오해는 쌓이고, 관계는 점점 멀어진다.
부모–자녀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말의 부족이 아니라 안전한 소통 환경의 부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대화는 질문이 아니라 평가처럼 느껴지고, 부모에게 침묵은 거절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경험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같은 재료를 만지고, 자르고, 꾸미는 시간. 그 시간에는 정답도 없고, 훈계도 없으며 누가 옳은지를 가릴 필요도 없다.
대신 ‘함께 하고 있다’는 감각이 자리를 잡는다.
음식을 매개로 한 활동은 대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왜 그렇게 했어?” 대신 “이 색은 어떤 느낌이야?”라는 질문이 오가고, 설명보다 공감이 먼저 등장한다.
이때 아이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느낀다.
상담실에서 나는 종종 이런 장면을 본다. 아이의 작품을 바라보던 부모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 역시 부모가 자신의 작품을 존중해주는 경험을 통해 “내 마음을 들어주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 짧은 교환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신뢰를 만들어낸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부모를 ‘지도자’가 아니라 ‘동반자’의 자리에 서게 한다.
함께 만들고, 함께 웃고,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경험 속에서 관계의 수직 구조는 완화되고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또한 작품이라는 중간 매개물은 감정이 직접 충돌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너는 왜 항상…”이라는 말 대신 “이 부분은 좀 답답해 보여”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은 사람을 향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안전하게 다뤄진다.
부모–자녀 의사소통은 특별한 기술보다 함께한 경험의 총합에서 자란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경험을 가장 일상적이고 따뜻한 방식으로 제공한다.
밥상 위에서 시작된 작은 활동이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다리가 되는 순간을 나는 상담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해왔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말은 그다음에 와도 늦지 않다. 관계는 설명으로 깊어지지 않고, 경험으로 이어진다.
도움 받은 곳
- Siegel, D. (2012). The Whole-Brain Child.
- Landreth, G. (2012). Play Therapy.
- Rogers, C. (1961). On Becoming a Person.
- Malchiodi, C. A. (2015). Creative Interventions for Traumatized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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