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 목요일

긍정 정서가 마음을 확장시키는 순간: 강점기반 치료로서의 푸드표현예술치료

심리치료 현장에서 내담자의 변화는 늘 ‘부정적인 것의 감소’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때로는 아주 작은 즐거움 하나가, 따뜻한 감각 하나가,
그리고 “이거 예쁘다”는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에 새로운 길을 낸다.
긍정 정서가 확장되는 순간, 변화는 조용히 시작된다.

푸드표현예술치료가 강점기반 치료로서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은 즐겁고 안전한 경험을 할 때 자신의 자원과 가능성을 더 잘 사용한다.
Seligman이 강조한 긍정심리학의 핵심 역시 “문제 해결보다 강점 확장”이다.
푸드는 그 강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매체다.


푸드 조형 활동을 시작하면,
내담자들은 처음에는 재료를 만지며 단순히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그 재미 속에는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가 숨어 있다.
색을 고르고, 모양을 만들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긍정 정서를 강화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것이 정서적 안정과 자기인식 확장의 생물학적 기반이다.


상담실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늘 자신의 단점만 이야기하던 아이가,
레몬 조각을 밝은 색으로 배열하며
“이건 내가 좋아하는 모양이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조용히 싹튼다.

또 어떤 청소년은 불안으로 손을 떨다가도,
자신이 만든 과일 얼굴을 바라보며
“제가 만든 건데 꽤 귀엽죠?”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 웃음은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라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긍정 정서는 마음의 여유를 만든다.
여유가 생기면 사람은 더 넓은 관점을 갖게 되고,
문제를 해석하는 방식도 유연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장-구축 이론(Broaden-and-Build Theory)이라고 부른다.
긍정 정서는 사람의 사고·행동 레퍼토리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대처 전략을 만들어낸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 이론을 자연스럽게 실천한다.
무언가를 꾸미는 동안 느끼는 성취감,
완성품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
작은 칭찬과 공감 속에서 자라는 자존감—
이 모든 경험은 내담자의 강점을 발견하게 하는 순간들이다.


상담사로서 내가 가장 기쁘게 느끼는 순간은
내담자가 자신 안의 가능성을 스스로 알아보기 시작할 때다.
“저도 이런 걸 할 수 있네요.”
“이게 제 스타일 같아요.”
이런 말들은 회복탄력성의 시작이자 삶의 에너지가 다시 켜지는 증거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단순히 감정을 다루는 도구가 아니라,
긍정 정서를 확장시키고, 강점을 발견하게 하며,
사람에게 내재된 잠재적 회복력을 일깨우는 과정이다.
음식이라는 친숙한 재료가 누군가의 삶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여는 순간—
그곳에 치료의 가장 따뜻한 힘이 있다.


📚 참고문헌

  • Seligman, M. (2011). Flourish.
  • Fredrickson, B. (2001). “The Broaden-and-Build Theory of Positive Emotions.”
  • Bandura, A. (1997). Self-Efficacy.
  • Malchiodi, C. A. (2015). Creative Interventions for Traumatized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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