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직 미성숙하다.
그래서 상담실에서는 “몰라요”, “그냥요”, “말하기 싫어요”라는 대답이 반복되곤 한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를 마련해야 한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언어를 가장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매체다.
말 대신 색을 고르고, 말 대신 재료를 배치하며,
말 대신 작은 형태를 만들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언어 기반 상담보다 훨씬 빠르게, 안전하게, 그리고 깊게
아이의 마음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음식을 만지면 경계심을 내려놓는다.
손이 먼저 반응하고, 몸이 먼저 마음의 소리를 알아차린다.
딸기의 빨강, 오이의 초록, 파프리카의 노랑 같은 색들은
아이 안에 자리한 감정들을 하나씩 불러낸다.
“이건 화가 나서 빨강이에요.”
“오늘은 초록색 기분이에요.”
언어로는 표현하지 못해도 색과 모양으로는 표현할 수 있다.
상담실에서 나는 수없이 이런 장면을 보아왔다.
언어적 표현이 거의 없던 아이가
토마토를 조심스럽게 놓으며 “이건 슬퍼요”라고 처음 말한 순간.
다른 친구의 작품을 보고 “나랑 비슷하네.”라며 공감이 생기는 순간.
감정을 숨기던 아이가 과일 얼굴을 꾸미며
“나 이거 싫어!”라고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이 작은 순간들은 모두 치료의 문이 열리는 장면이다.
푸드 매체는 아이가 가진 비언어적 감정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도록 돕는다.
표현 방식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이가 경험한 관계, 기질, 감정 패턴이 고스란히 담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징적 표현(Symbolic Expression)이라고 한다.
또한 음식을 매개로 한 활동은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말로 “친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아도,
서로의 작품을 바라보며 “와, 예쁘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어!”라는
사회적 접근 행동이 촉발된다.
이는 사회성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푸드표현예술치료의 장점은
아이를 ‘치료받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자가 되는 존재’로 바꾼다는 점이다.
자기표현은 강요가 아닌 선택이 되고,
감정표현은 위협이 아닌 놀이가 된다.
이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언어가 아니라 감각으로 세상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푸드는 감정의 지도와 같다.
색을 따라가면 마음이 보이고,
모양을 만들다 보면 감정의 이름이 떠오른다.
상담실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순간은
아이의 손끝에서 감정 언어가 처음 피어나는 그 장면이다.
아이들은 말을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찾고 있을 뿐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언어를 찾아주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따뜻한 방법이다.
📚 참고문헌
- Landreth, G. (2012). Play Therapy.
- Malchiodi, C. (2015). Creative Interventions for Traumatized Children.
- Siegel, D. (2012). The Whole-Brain Child.
- Kellogg, J. (2011). The Great Round of Mand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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