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 화요일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달라진다: 뇌과학으로 보는 푸드표현예술치료의 감정조절 효과

손이 움직이면 마음이 달라진다: 뇌과학으로 보는 푸드표현예술치료의 감정조절 효과

심리상담에서 “손이 먼저 움직이면 마음도 따라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표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손의 움직임이 전두엽·전측대상피질·해마 같은 정서 관련 뇌영역을 실제로 활성화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의 핵심에는 바로 이 뇌과학적 메커니즘이 있다.

감정조절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이다.
우리는 감정을 ‘머리’로만 조절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감정은 정서중추(편도체)와 ‘신체 감각’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에야 전전두엽이 개입해 이를 분석하고 조절한다.
따라서 감정조절의 첫 단계는 생각이 아니라 몸의 진정이다.


푸드 조형 활동은 이 ‘신체적 안정’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
손으로 재료를 자르고, 눌러보고, 만지고, 배열하는 과정은
감각피질을 활성화시키며 과도한 감정 반응을 완화한다.
특히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손동작은
불규칙하게 흥분된 편도체의 활성도를 낮추고,
부교감신경계의 진정 반응을 촉진한다.

Porges의 다중미주신경이론에 따르면,
감정 안정에는 안전 신호의 체감(somatic safety)이 필수적이다.
푸드활동의 촉각·시각·후각 자극은 신경계에 “지금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며,
이 신호가 들어오면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회복하고
감정조절 능력 또한 다시 살아난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불안으로 말이 빨라졌던 청소년이
과일의 질감을 느끼며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고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순간.

감정이 격해져 있던 성인이
채소의 색과 향을 느끼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얼굴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목소리가 잔잔해지는 순간.

이러한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손의 활동이 뇌의 정서 시스템을 다시 조율(reset)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이 안정되면 뇌도 안정되고,
뇌가 안정되면 마음은 스스로 자리를 찾아간다.


또한 푸드 조형은 해마(기억의 중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새로운 조형 경험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해
긍정적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돕고,
부정적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통로를 제공한다.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손의 움직임은 그 통로를 여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래서
감정조절이 어려운 아이들,
불안이 많은 청소년,
생각이 과도한 성인,
트라우마 이후 신경계가 예민해진 내담자들에게 특히 잘 맞는다.

손이 움직이면 마음은 따라온다.
그리고 그 움직임 속에서 뇌는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길을 찾는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회복의 길을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열어주는 작업이다.


📚 참고문헌

  • LeDoux, J. (1996). The Emotional Brain.
  • Porges, S. (2011). Polyvagal Theory.
  • Doidge, N. (2007). The Brain That Changes Itself.
  • Malchiodi, C. A. (2012). Art Therapy and Health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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