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아니라, 감정 에너지의 문제입니다
“요즘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이 말은 게으름의 고백이 아니라, 지쳐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우울을 겪는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의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고 움직일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힘내세요”, “생각을 바꿔보세요” 같은 말은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의 저 역시 그렇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혼자 집에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며,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 가라앉는 순간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지치고,
해야 할 일은 많은 것 같은데 손이 가지 않고,
괜히 마음이 약해지는 시간들.
아마 수술 후 회복 중인 분들, 혹은 오래 아픔을 안고 살아온 분들에게도 이 감정은 낯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큰 결심이나 긍정이 아닙니다.
“다시 잘 살아야지”라는 다짐도 아닙니다.
아주 작고,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 하나면 충분합니다.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는 종종 말 대신 음식을 만지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자르고, 고르고, 놓아보는 단순한 행위는
뇌와 마음에 “아직 안전하다”는 신호를 줍니다.
잘할 필요도, 의미를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손을 움직이며
“지금의 나를 방해하지 않는 활동”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입니다.
우울은 사라져야 할 감정이 아니라,
쉬어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몸이 회복 중일 때 마음도 함께 느려지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늘은 이렇게만 물어보셔도 충분합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부담 없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도,
충분히 회복의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