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백이다.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말이 막히는 경우가 더 많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들
특히 아동과 청소년, 그리고 오랜 시간 감정을 눌러 살아온 성인 내담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언어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상담이 오직 말에만 의존한다면 내담자는 다시 한 번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푸드표현예술치료가 제시하는 다른 길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 지점에서 다른 길을 제시한다. 말 대신 손이 먼저 움직이고, 문장 대신 색과 형태가 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을 심리학에서는 비언어적 상징 표현(nonverbal symbolic expression)이라고 부른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표현되고 있는 마음
음식을 고르는 선택, 재료를 배치하는 방식, 색을 조합하는 흐름에는 내담자의 감정 상태와 관계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표현되고 있는 셈이다.
알아차림이 시작되는 순간
상담실에서 나는 자주 이런 장면을 만난다. “아무 생각 없이 만들었어요”라고 말한 작품 속에 긴장, 위축, 혹은 외로움이 또렷하게 담겨 있는 경우.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묻는다.
그러면 내담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비언어적 표현이 주는 안전함
비언어적 표현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전함이다.
말로 꺼내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감정도 재료와 형태를 통해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다룰 수 있다.
이 심리적 거리감은 감정 탐색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정답 없는 표현이 만드는 변화
또한 비언어적 표현은 ‘정답’이나 ‘논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비판이 강한 내담자일수록 오히려 더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이렇게 느끼면 안 된다”는 생각 대신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라는 인식이 생겨난다.
감정 조절의 첫 단계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는 말보다 먼저 알아차림이 일어난다.
손이 움직이고, 작품이 완성되고, 그 결과물을 바라보는 순간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을 외부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감정 조절의 첫 단계다.
설명이 아닌 이해의 눈물
나는 푸드표현예술상담사로서 말이 나오지 않던 내담자가 작품 앞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 눈물은 설명이 아니라 이해의 결과다.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마주했을 때 흘러나오는 반응이다.
말보다 먼저 풀리는 감정들
모든 감정이 말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감정은 손끝에서 먼저 풀리고, 형태를 갖추고,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감정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말로 하지 못한 마음도 표현될 수 있어야 치유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은 한 조각의 음식, 한 번의 손 움직임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참고문헌
- Malchiodi, C. A. (2012). Art Therapy and Health Care.
- Moon, C. (2010). Materials and Media in Art Therapy.
- Siegel, D. (2012). The Developing Mind.
- Rogers, C. (1961). On Becoming a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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