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조금 내렸어요
새벽에 비가 잠깐 내렸더라고요.
아침에 나가보니까 공기가 조금 다르고, 꽃들이 유난히 더 또렷해 보였습니다.
물을 머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예쁘고,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꽃은 그냥 핀 게 아닐 텐데요
그걸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꽃들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추운 날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시간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냥 지나가면서 “예쁘다” 한마디 하고 끝이잖아요.
벚꽃 옆에는 늘 사람이 있더라고요
길을 걷는데 초등학생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할아버지도 계시고
다들 벚꽃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사람은 예쁜 걸 보면 마음이 조금은 설레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마음도 같이 올라옵니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하지”
“왜 그냥 혼자 있고 싶지”
날씨도 좋고, 꽃도 예쁘고, 사람들도 웃고 있는데
내 마음은 거기에 딱 맞춰지지 않는 느낌.
나만 그런 걸까 싶어질 때
이럴 때 꼭 그런 생각 들죠.
“나만 이런가…”
근데 아마 그렇진 않을 거예요.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여도 속은 다 다르니까요.
오히려 이런 계절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봄이 꼭 가벼운 계절은 아닌 것 같아요
봄이면 괜히
- 뭔가 시작해야 할 것 같고
- 변해야 할 것 같고
-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게 말로 설명되진 않는데 은근히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더 답답해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꽃은 자기 속도로 피고 있고, 사람도 사실 각자 속도가 있잖아요.
누군가는 지금 한창이고, 누군가는 아직 준비 중이고
또 누군가는 그냥 쉬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도
이유 없이 답답한 것도
그대로 두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조금 느려도 괜찮고, 지금 이 상태여도 괜찮고요.
꽃이 예쁜 날이라고 해서 사람 마음까지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