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재료로 나를 말한다면? - 상담자의 시선으로 본 존재감과 자기이해

김밥을 만들다가, 뜻밖의 질문 하나가 마음을 열었습니다.

“김밥 재료 중 나를 닮은 재료는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습니다. 무엇을 고를지 잠깐 멈추고, 재료를 바라보고, 자신을 떠올렸습니다.

상담자의 시선에서 보면 이런 순간은 참 중요합니다. 사람은 자신을 설명하려고 하면 막히기도 하지만,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할 때는 훨씬 자연스럽게 마음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식은 낯설지 않고, 부담이 적고, 감각과 연결되어 있어 자기표현의 매개로 참 따뜻하게 작용합니다.

오늘의 질문
김밥 재료 중 나를 닮은 재료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람, 참기름

한 선생님은 자신을 참기름이라고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그 집단의 향기 같은 사람이고 싶어요.”

이 말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참기름은 김밥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재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없으면 어딘가 허전합니다. 딱히 보이지 않아도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익숙한 고소함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상담에서는 이런 표현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나는 드러나는 방식보다 스며드는 방식이 편하다”는 마음이 들어 있을 수 있고, “앞에 나서지 않아도 나만의 존재감이 있다”는 자기 인식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향처럼 머무는 사람. 생각해보면 우리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지요. 크게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있으면 자리가 조금 더 편안해지는 사람.

작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 참깨

또 한 분은 자신을 참깨라고 표현했습니다.

김밥을 먹다가 참깨가 씹히는 순간의 고소함,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참 재미있고도 깊은 표현이었습니다. 참깨는 많지 않아도 존재감이 있습니다. 아주 작지만, 씹히는 순간 “아, 있다” 하고 느껴집니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말에는 관계 안에서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앞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따뜻하게 남고 싶은 마음. 작지만 분명한 자기만의 결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

크게 소리내지 않아도, 오래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깨 같은 사람은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보이진 않아도 중심을 이루는 사람, 밥

저는 저를 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제일 눈에 띄지 않는 재료일 수도 있습니다. 김, 단무지, 햄, 계란, 당근처럼 색이 선명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밥이 빠진 김밥을 생각해보면 금세 답이 나옵니다.

김도 필요하고, 다른 재료도 모두 소중하지만, 그 안에 밥이 없다면 어떨까요? 모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우리가 아는 그 김밥은 되기 어렵습니다.

상담자의 역할도 때로는 밥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앞에 나서지 않아도 전체를 받쳐주고, 흩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각자의 이야기가 자기 자리를 찾도록 돕는 역할.

또 삶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크게 티 나지 않지만, 가정에서든 공동체에서든, 그 사람이 있어서 자리가 무너지지 않는 사람. 밥 같은 사람. 많이 드러나지 않아도 참 중요한 사람입니다.

조금 익어서 더 깊어진 사람, 묵은지

한 선생님은 자신을 묵은지라고 했습니다.

조금은 익은 듯한,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묵은지는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담근 김치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스며든 맛,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결, 조금 익었기에 가능한 풍미가 있습니다.

이 표현 안에는 살아온 시간에 대한 수용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아직 덜 된 사람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 덕분에 조금 더 깊어진 사람일 수 있다는 시선. 상담에서는 이런 자기표현이 나올 때 자기비난보다 자기수용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묵은지 같은 존재감은 그래서 더 따뜻합니다.

상담자의 시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골랐는가보다, 왜 그것이었는가

이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처럼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참기름이 더 좋고, 밥이 더 중요하고, 참깨가 더 멋진 것도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왜 그 재료를 나라고 느꼈는가입니다.

어떤 사람은 향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중심이 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깊어지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작지만 분명한 여운을 남기고 싶어 합니다.

그 선택 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 관계 맺는 태도, 그리고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 재료를 고르는 단순한 활동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주 깊은 자기이해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상담자의 한 줄
사람은 자신을 설명할 때보다, 상징으로 표현할 때 더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김밥 한 줄 앞에서,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김밥은 여러 재료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사람도 조금 닮았습니다. 혼자만의 성질로 설명되기보다, 관계 안에서, 시간 속에서, 경험을 지나며 조금씩 자기 맛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나는 어떤 재료 같은 사람일까?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람일까. 작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일까. 중심을 받쳐주는 사람일까. 시간을 지나 깊어지는 사람일까.

그리고 여기서 질문 하나가 더 이어집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떤 재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은 자기이해를 넘어 자기방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나를 알아보는 일과 앞으로의 나를 그려보는 일은 생각보다 가깝게 이어져 있으니까요.

마무리하며

김밥을 함께 만들며 나눈 이 짧은 질문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각자의 존재감을 다시 바라보게 했습니다.

누군가는 향처럼 스며들고 싶었고, 누군가는 씹을수록 고소한 여운이 되고 싶었고, 누군가는 중심이 되는 밥이었고, 누군가는 익어갈수록 깊어지는 묵은지였습니다.

상담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런 표현은 그 사람의 마음이 자기 언어를 찾는 과정입니다. 억지로 꺼내는 말보다, 자연스럽게 고른 한 가지 재료가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 김밥 한 줄을 보며 잠시 이렇게 물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재료인가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재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나요?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댓글로 나눠보셔도 좋겠습니다 😊

✔ 김밥 재료 중 나를 닮은 재료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 지금의 내가 아니라, 앞으로는 어떤 재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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