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목요일

청소년기의 정서조절, 푸드표현예술치료가 돕는 이유

청소년기의 정서조절, 푸드표현예술치료가 돕는 이유

청소년기는 감정이 가장 풍부하게 흔들리는 시기다.
어른보다 감정이 크고 강해서가 아니라,
뇌의 조절 시스템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전두엽의 판단·조절 기능은 20대 중후반까지 발달하는 반면,
편도체의 감정 반응은 이미 성인 수준으로 활발하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주 흔들리고 쉽게 격해진다.
이것이 ‘문제’가 아니라 발달 과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시기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바로 그 감정조절(skill)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제공한다.


푸드활동이 정서조절에 효과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감각이 먼저 안정되기 때문이다.
감정은 몸을 통해 경험되기에,
손의 움직임—자르고, 누르고, 만지고, 배열하는 동작—은
과활성화된 신경계의 흥분을 완화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감각-정서 통합을 돕는 기초 과정이다.

또한 푸드 조형은 즉각적인 보상 경험을 제공한다.
작은 조각을 배치해도 “완성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고,
색과 형태가 어우러지는 과정 자체가 성취감을 준다.
이 성취감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며,
자기효능감은 정서조절 능력의 핵심 요소다.


상담실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감정 폭발로 힘들어하던 청소년이
조용히 손을 움직이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순간.

불안이 높아 호흡이 빠르던 학생이
푸드 조형을 하며 호흡이 고르게 안정되는 순간.

이 순간들이 쌓이면 아이는
“감정은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을 체득한다.


청소년들은 언어보다 행동이 먼저다.
말로 감정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색을 고르고, 재료를 다듬고, 작품을 만드는 동안
감정의 언어가 비언어적으로 표현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외재화(Emotional Externalization)라고 한다.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아야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청소년의 자율성 욕구를 존중한다.
자기 방식대로 만들고, 자기 속도로 조형하며,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다.
이 자유로움은 방어를 낮추고
자기조절 학습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푸드활동은 실패 없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틀렸다”, “잘못됐다”는 평가 기준이 없다.
이것은 청소년에게 특히 결정적이다.
자기비판이 강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는 경험은 강력한 치유 자원이 된다.

상담 현장에서 나는 종종 목격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던 청소년이
푸드표현예술치료를 통해 자신의 감정 패턴을 이해하고,
감정이 올라올 때 스스로 진정하는 방법을 배우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안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모습들을.


청소년기에 필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도구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도구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창조적인 방식으로 제공한다.


📚 참고문헌

  • Casey, B. (2008). The Teenage Brain.
  • Siegel, D. (2012). The Whole-Brain Child.
  • Berk, L. (2021). Development Through the Lifespan.
  • Malchiodi, C. A. (2015). Creative Interventions for Traumatized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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