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특정 음식 냄새나 맛을 맡는 순간
어떤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따뜻하거나 쓸쓸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향에서 기억이 난다”, “입맛에서 추억이 떠오른다”라고 표현하지만,
그 배경에는 분명한 뇌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음식의 향과 맛은 후각·미각 신경을 통해
뇌의 해마(기억 중추)와 편도체(정서 중추)에 직접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음식은 언어보다 빠르게 기억을 깨우고,
때로는 억눌린 감정까지도 불러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회상(Emotional Recall)이라고 부른다.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 음식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이유도 같다.
음식 재료의 향, 색, 질감은
내담자가 과거의 감정과 경험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말로 하기 어려운 기억도 감각이 움직이면 조용히 떠오른다.
상담실에서는 이런 장면이 흔하다.
한 아이는 초록 오이를 만지며
“할머니 집에 놀러 갔을 때 생각나요”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아이는 단무지를 자르며
“아빠랑 김밥 먹던 날이 생각나요”라고 말했다.
이 기억들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안전한 감정’을 불러오는 회복의 단서다.
정서적으로 힘든 청소년들은
불안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과거의 긍정 경험을 떠올리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음식은 그들 안에 저장된 따뜻한 기억을 다시 열어준다.
음식의 감각 자극은 해마의 활성화를 높이고,
현재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 내담자 역시 비슷하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전의 냄새,
명절에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국의 향,
힘들던 시기에 혼자 먹었던 따뜻한 국물의 기억은
마음의 깊은 곳을 흔들어 놓는다.
이때 떠오르는 감정은 상담의 중요한 탐색 지점이 된다.
정서적 회상은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아니다.
감정의 근원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음식이 그 문을 열어주면서
내담자는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조용히 스스로 깨닫게 된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러한 정서적 회상을
안전한 환경에서 다루도록 돕는다.
음식은 거부감이 없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
감각이 자연스럽게 열리면 마음도 그 흐름을 따라 열린다.
우리는 모두 음식을 통해 삶을 기억한다.
기쁨을, 슬픔을, 사랑을, 관계를, 사라진 시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소중한 기억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고,
잊고 지낸 따뜻함을 다시 깨우며,
마음을 회복시키는 길을 만들어 준다.
📚 참고문헌
- Herz, R. (2016). The Scent of Desire.
- van der Kolk, B. (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 Malchiodi, C. A. (2012). Art Therapy and Health Care.
- Proust, M. (1913). Remembrance of Things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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