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재료에 담긴 감정의 언어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불편함이나 답답함만을 안고 살아간다.
상담실에서도 “그냥 기분이 안 좋아요”라는 말 뒤에는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꺼내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색과 형태, 재료의 선택을 통해 내면의 상태가 자연스럽게 외부로 드러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시각화(visualization of emotion)라고 부른다.
색은 감정을 가장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다.
- 강렬한 빨강은 분노나 강한 에너지
- 부드러운 노랑은 기쁨이나 기대
- 어두운 색조는 위축, 피로, 침잠된 감정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색이 의미하는 ‘정답’이 아니라 그 색을 선택한 개인의 정서적 맥락이다.
푸드 재료 역시 감정의 언어를 담고 있다.
- 단단한 재료는 긴장되거나 경직된 마음
- 부드러운 재료는 위로받고 싶은 욕구
- 자르는 방식과 배치는 관계 인식과 정서 구조
무엇을 중심에 두는지, 무엇을 가장자리에 두는지도 내담자의 심리적 거리감을 보여준다.
상담실에서 나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왜 이 재료를 가운데 두셨을까요?”
내담자는 잠시 작품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답하곤 한다.
“이게 제 마음 같아요.”
이 순간, 감정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눈앞에 놓인 ‘대상’이 된다.
감정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그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감정의 시각화는 특히 자기비판이 강한 내담자에게 중요하다.
말로 감정을 설명하려 하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먼저 떠오르지만 색과 형태에는 평가가 개입되지 않는다.
그저 “아,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하는 알아차림만이 남는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이 색은 오늘 기분이에요.” “이건 화난 마음이에요.”
이 단순한 표현 안에는 이미 정서 인식과 조절의 기초가 담겨 있다.
성인 역시 작품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감정의 결을 발견하게 된다.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 색과 재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들은 마음의 상태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말보다 먼저 감정을 전하는 언어다.
내담자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아, 이게 내 마음이었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치유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보이지 않던 감정이 형태를 갖추고, 흐릿하던 마음이 색을 입는 순간 사람은 자기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
푸드표현예술치료는 그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하고 따뜻한 통로다.
도움 받은 곳
- Kellogg, J. (2011). The Great Round of Mandala.
- Moon, C. (2010). Materials and Media in Art Therapy.
- Malchiodi, C. A. (2012). Art Therapy and Health Care.
- Siegel, D. (2012). The Developing Mind.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