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한마디와 천혜향 한 상자. 작은 손작업이 마음의 언어가 되는 순간을 기록합니다.
얼마 전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세요?”
짧은 안부와 함께 천혜향이 도착했다.
누군가 내 안부를 묻는다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괜찮은지,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그 고마움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천혜향 껍질을 가위로 자르고 작은 칼로 하나하나 모양을 만들어 본다.
손끝에 집중하는 동안 흩어졌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글자가 되고, 단어가 되고, 마음이 된다.
- 좋은 아침
- 행복해
- 응원해
- 사랑해
- 화이팅
- 감사해
- 그리고 힘내자, 건행하세요
작은 껍질 조각들이 모여 내 마음의 언어가 된다.
수술 이후, 몸은 이전과 다르다.
면역이 떨어져 사람들과 두 시간 이상 대화를 하거나 밖에서 활동을 하면 숨이 차오르고,
자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예전과 같지 않은 체력이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 때도 있다.
분명 “괜찮다”고 말했는데 주변에서는 “괜찮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잠시 내려앉는다.
내가 느끼는 나와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조금은 서글퍼진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을 꺼내본다.
건행(健幸).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누구보다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들이 있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연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잘해내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이어도 괜찮다고 나에게 허락해 본다.
천혜향 껍질로 만든 글자처럼 조금 서툴고, 완벽하지 않아도
손을 움직이는 그 시간이 나를 다시 삶 쪽으로 데려다준다.
내가 건행한 삶을 산다는 것,
그 자체로 오늘은 충분히 좋은 날이 아닐까.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건강과 행복을 함께 연습하는 삶.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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