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다녀온 아침, 귤껍질로 써 본 한마디

사실 요즘은 아침이 분주할 필요가 없는 나날들이다. 수술 후 회복 중이라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누군가의 아침을 챙겨야 하는 시간도 아니다.

물론 나의 아침은 챙겨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침은 거창하지 않다. 짭짤이 토마토에 치즈를 곁들여 먹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특별히 바쁠 이유가 없는데도, 신기하게 내 몸은 여전히 익숙한 시간에 눈을 뜬다.

밤 12시에 잠이 들든, 새벽 2시나 3시에 잠이 들든 아침 6시 30분에서 7시 사이가 되면 마치 뇌가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눈이 떠진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는 새벽 1시쯤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6시 50분이었다. 조금 더 자고 싶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지만 몸은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결국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며칠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 같고 시야가 조금 좁아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안과에 간다고 했고, 친구도 나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들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시신경이 양쪽 다 부어 있어서 이대로 두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빨리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큰 병원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7월, 용인세브란스는 6월에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는 결국 응급실로 직접 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아 하루 종일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어떤 검사를 하게 될지 몰라 금식을 하라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검사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MRI까지 찍었다고 했다. 그리고 입원이 결정되었다.

그날이 금요일이라 척수 검사는 월요일에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인 친구는 어리둥절하고 불안했을 테고, 곁에서 소식을 듣는 나 역시 마음이 계속 쓰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 병문안을 가게 된 것이다.

병실에 가보니 친구는 많이 지쳐 보였다. 증상이 심한 분들도 있고, 코를 심하게 고는 분들도 있어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내가 있는 동안 다음 날 검사와 관련된 안내 영상이 도착해서 같이 보게 되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있으니 나까지 조금 무서워졌다.

그래도 친구 앞에서는 괜찮은 척을 했다. 괜찮을 거라고, 잘 지나갈 거라고, 조금만 더 힘내 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귤을 하나 까 먹었다. 그리고 남은 귤껍질로 짧은 글자를 하나 써 보았다.

힘내자

별것 아닌 말인데, 그 짧은 한마디를 귤껍질로 한 조각씩 놓아 보니 내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았다. 친구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고, 어쩌면 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푸드표현예술치료를 하다 보면 사람의 마음은 꼭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렇게 작은 표현 안에 담길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날은 그림으로, 어떤 날은 한 줄의 글로, 어떤 날은 음식으로.

오늘의 나는 귤껍질로 마음을 써 내려갔다. 친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같은 말을 건네면서.


마무리하며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갑자기 찾아온다. 내 일이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의 일은 내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그럴 때 우리는 거창한 말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저 곁에 있어 주고, 조용히 응원하고, 작은 마음 하나를 건네게 된다.

오늘 내 귤껍질 글자도 그랬다. 누군가의 하루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조금만 더 버텨 보자는 마음. 그 마음을 담아 조용히 한마디를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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