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일, 변해가는 가족의 모습 속에서


아버지 기일이라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같은 날이지만, 매번 같은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2남 2녀, 네 남매가 다 모였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며느리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이라기보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부모를 챙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간들.

예전처럼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서
‘각자의 선택이 존중되는’ 시대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여동생은 작년에 결혼을 했고,
교회를 다니는 이유로 제사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식구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는 함께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제사는 엄마와 오빠, 남동생, 그리고 저.
그리고 이번에는 제 아들도 함께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보이는 순간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자리에
이제는 제 아이가 함께 앉아 있습니다.


제사를 마치고 남동생은 먼저 돌아가고,
오빠와 저, 그리고 아들만 남아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오빠와 커피를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거실 창 너머로
엄마의 꽃밭이 보였습니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가
천천히 꽃밭을 바라보았습니다.

봄이 와서,
땅을 뚫고 올라오는 작은 새싹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방식은 변해가도
자연의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제사의 모습은 달라지고,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기억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마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형태가 아니라,
마음이 남아 있는 것.


비 오는 아침,
새싹을 바라보며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오늘도 조용히,
마음 한 켠에 아버지를 담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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