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4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내일이면 달력이 한 장 넘어가 5월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고,
‘가정의 달’이라며 축제 분위기를 내곤 하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5월이라는 글자 앞에서
마음이 먼저 분주해지지는 않으신가요?
챙겨야 할 사람,
가봐야 할 곳,
해내야 할 역할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계절을 살고 있을까?”
“나는 도대체 몇 개의 가면을 쓰고, 몇 개의 역할을 수행하며 살고 있는 걸까?”
오늘 저는,
아주 작은 편지 한 장에 마음이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 ‘보라’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수많은 ‘나’
저는 ‘보라’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제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나’가 복작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
기댈 곳이 되어야 하는 딸,
도리를 다해야 하는 며느리,
이제는 귀한 할머니까지.
그뿐인가요?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누나나 언니이고,
사회에서는 믿음직한 선배나 후배이기도 하죠.
👉 이렇게 많은 역할을 톱니바퀴처럼 돌리며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매일을 살아내는 걸까요?
가끔은 거울 속의 내가 낯설 때가 있습니다.
“나는 별거 아니야.”
“나는 그저 이 역할들을 수행하는 기계일 뿐인가?”
이렇게 스스로를 한없이 작게 만들 때도 있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말이에요.
이 복잡한 역할극 속에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티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매일 기적 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 삐뚤빼뚤한 글씨가 건네는 위로, ‘처음’의 기억
오늘 제 손녀딸 채채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마 유치원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준비했겠지요.
그런데 그 ‘처음’이라는 무게가
제 마음을 툭 건드렸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쓴 자국들…
그 안에 담긴 순수한 마음이 전해지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사실 저희 시어머니에게도 채채는
‘첫 증손녀’입니다.
지금은 증손녀가 넷이나 되지만,
어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세요.
“그래도 우리 채채가 제일 예뻐.”
왜일까요?
아마도 ‘처음’이 주는 강렬한 울림 때문일 겁니다.
처음이라는 건 단순히 순서의 시작이 아니니까요.
거기에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기대,
설렘, 간절한 기다림,
그리고 온 우주를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순수한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저도 그랬나 봅니다
우리는 모두 잊지 못할 ‘처음’의 순간들을
가슴 한구석에 묻고 삽니다.
아이를 품에 처음 안으며
“엄마가 지켜줄게” 다짐했던 그 순간.
누군가에게 내 진심이 닿아
처음으로 가슴 뛰던 날.
세상으로부터 처음으로
“너 정말 잘하고 있어”라고 인정받았던 기억.
그런데 왜 지금의 우리는
그 찬란했던 기억들을 잊고 살까요?
왜 오늘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초라하고 작게만 느껴지는 걸까요?
저 역시 20년 가까이 심리학을 공부하며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돌봐왔지만,
정작 제 마음이 소리칠 때는 듣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딱 제 이야기 같더라고요.
남의 마음은 잘 보이는데,
정작 내 마음속 ‘처음’이 보내는 신호는
무시하며 달려온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 5월이 오기 전, 우리 딱 ‘5분’만 약속해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께 아주 작은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5월의 분주함에 휘말리기 전에,
잠시만 멈춰서 ‘나의 처음’을 소환해 보세요.
- 내가 나를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 세상 누구보다 내가 대견해 보였던 그 ‘처음’의 성취는 무엇이었나요?
-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사랑을 받았던 기억은 언제인가요?
👉 이거 모르고 지나가면 손해입니다.
왜냐하면,
그 낡고 바랜 기억 속에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생명력’이 숨어있거든요.
우리가 그저 ‘역할’에 파묻힌 존재가 아니라,
한때는 누군가의 기쁨이었고
스스로의 희망이었던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 다시, 나를 기억하는 달
5월은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챙겨야 하는 의무의 달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만큼은
“다시 나를 기억하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많은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정말 대단한 존재입니다.
오늘 하루,
딱 5분만이라도 좋습니다.
남들을 위해 쓰던 그 따뜻한 마음을
‘처음의 나’에게 돌려주세요.
그 기억이 5월을 살아갈 당신을
더 환하게 비춰줄 거예요.
여러분의 ‘가장 빛나던 처음’은 언제였나요?
댓글로 편하게 들려주세요.
함께 나누며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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