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보면 먼저 떠오르는 어린 시절
곶감을 보면
나는 늘 어린 시절로 먼저 간다.
처마 밑에 대롱대롱 달려 있던 곶감들.
겨울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말라가던 감과
그 아래를 오가던 가족의 발소리.
그 풍경은 설명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해 낸다.
곶감 깎는 시기가 되면
시골에 내려가 엄마와 함께 감을 땄다.
마루에 앉아 감을 깎고,
손을 베일까 조심하며 줄에 감을 꿰어
처마 밑에 하나씩 달아 놓던 시간.
그때의 나는 괜히 신이 났고
그 계절은 유난히 오래 머물렀다.
아마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다면,
작년 가을에도 자연스럽게 시골로 내려갔을 것이다.
동생이 보내준 곶감을 접시 위에 올려놓고
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
곶감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를 떠올리며
가슴 한쪽이 조용히 뭉클해지기도 했다.
나는 곶감으로
해를 웃는 얼굴로 표현했다.
그 중심에
사랑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곶감을 잘라 햇살처럼 펼치고,
감에서 나온 씨와 꼭지도 버리지 않았다.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배워온 사랑의 방식이었다.
이 시간은 길지 않았다.
1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기억이 있었고,
부모가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유 없이 마음이 움직였어요.”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마음은 언제나 이유를 알고 있지만
우리가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아차릴 뿐이다.
곶감은 그저 곶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계절이었고,
부모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조용한 인사였다.
나는 그 인사를
접시 위에 올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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