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었다.
무엇을 먹을지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가장 쉬운 선택은 언제나 라면이니까.
물을 올리고 봉지를 뜯으려다
손이 잠시 멈췄다.
끓이기 전의 라면은
아직 음식이 아니었다.
부서질 수 있고, 흩어질 수 있고,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상태였다.
면을 쪼개고
가루를 흩뿌리고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옮겼다.
얼굴이 생겼고
표정이 생겼고
말은 없었지만
분명히 어떤 기분이 그 안에 앉아 있었다.
잘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의미를 붙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놓았을 뿐인데
그 사이로 웃음이 먼저 나왔다.
놀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먹기 전이었고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한 박자 느슨해져 있었다.
라면은 그제야
음식이 되었다.
이런 순간들이 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
나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시간.
그래서 나는 안다.
치유는 언제나
거창한 결심보다
이런 사소한 놀이에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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