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서 김이 오르고,
검은 먹물빵 위로 크림이 천천히 번지던 순간.
비가 오다 멈춘 오후,
아들과 테이블 네 개짜리 작은 파스타집에 들어갔어요.
사장님 혼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막 식사를 마친 자리에는 그릇이 아직 남아 있었어요.
가게 안에는 기다림과 바쁜 손길이 함께 섞여 있었죠.
우리는 그중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해물뚝배기 파스타와 먹물크림 빠네를 주문하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말을 줄였습니다.
빵을 뜯어 크림을 찍어 먹으니
입안이 천천히 채워지고,
몸이 먼저 따뜻해지는 느낌.
그냥 맛있다,
그 말이면 충분했어요.
그러다 문득,
그냥 먹기 아까워졌습니다.
면 몇 가닥을 올려 머리를 만들고
작은 잎으로 눈을 두고
조각 하나로 입을 얹으니
접시 위에 얼굴이 하나 생겼어요.
그리고 또 하나.
나와 아들이
접시 위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별일 아닌데
우리는 한참 웃었습니다.
이런 날은
대단할 필요 없어요.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웃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비 오던 오전은 슬며시 물러가고
햇살이 조용히 올라왔습니다.
오늘 점심은
파스타 한 그릇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 한 장 더 쌓인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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