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만난 작은 성찰, 반찬을 만들며 배운 마음의 기술
어제 언니에게서 고춧잎, 도라지, 짠지무를 받아왔다. “저녁에 반찬 만들어서 인증샷 올리자”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솔직히 그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라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주방으로 갔다.
어제 언니가 냉동실에서 꺼내 준 고춧잎은 집에 가져와 두는 동안 밤새 다 녹아 있었다. 그래서 맑은 물에 한 번 헹구어 체에 받쳐 물을 빼두었다.
짠지무는 처음엔 통째로 물에 담가 두었는데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자 바로 답이 왔다. “무는 썰어서 소금기를 빼야 해.” 그래서 짠지무를 썰어 다시 물에 담가 두었다.
도라지를 바락바락 주물러 보며
도라지를 먹기 좋게 자른 뒤 소금, 설탕, 식초를 넣어 바락바락 주물렀다. 처음에는 단단하던 도라지가 계속 주물러지다 보니 풀이 죽고 조금 말랑해졌다.
도라지의 쓴맛, 짠무의 소금기
도라지의 쓴맛과 짠무의 소금기를 빼며 나는 내 안의 ‘짠기’를 생각했다.
도라지가 가지고 있는 쓴맛, 짠지무가 가지고 있는 소금기. 이것들은 그냥 두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쓴맛을 빼려면 바락바락 주물러야 하고 소금기를 빼려면 썰어서 물에 담가야 한다.
그 과정을 하다 보니 나에게도 쉽게 빠지지 않는 습관이나 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은 도라지처럼 세게 다뤄야 바뀌고, 어떤 것은 짠지무처럼 나누고 분리하며 천천히 소금기를 빼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반찬을 만들며 나는 내 안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삶의 지혜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이렇게 주방에서 조용히 찾아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