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면 우리 가족방이 먼저 깨어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떤 날은 큰딸이,
어떤 날은 작은딸이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였던 것 같아요.
잠시 뒤,
큰딸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피곤해 죽겠어…”
이모티콘 하나에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
늘 쉬고 싶었고
해도 해도 일이 끝나지 않던 시간이었다고요.
그랬더니 큰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정말 대단해.”
그 말을 보는 순간,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졌습니다.
그때 작은딸이 사진 하나를 보냈습니다.
작은 책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손녀들.
그리고 이어서 큰딸도 사진을 하나 더 보냈습니다.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보이지 않던 것
아이를 키우던 시절의 저는 늘 바빴습니다.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아이의 표정 하나하나를
이렇게까지 천천히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시간이 조금 생기고
마음이 조금 느려지니
아이들의 얼굴이 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보입니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요.
40개월이 지나며 더 또렷하게 보이는 변화
요즘 자주 느낍니다.
아이들이 40개월을 지나면서부터
표정이 더 다양해지고,
감정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려는 힘이 자란다는 것을요.
상담을 하며, 또 발달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은
자기인식이 이 시기에 처음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의 자기인식은 이미 더 이른 시기부터 시작되지만,
3~4세 무렵이 되면 그것이 표정으로, 말로, 관계 속에서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기에 들어서며
“아, 아이 마음이 전보다 더 보인다”
“표정이 정말 많아졌구나”
이렇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담가로서, 그리고 할머니로서 보게 되는 마음
요즘 저는 두 가지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됩니다.
하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상담가의 시선이고,
또 하나는 그저 오래 바라보고 싶은 할머니의 시선입니다.
그 두 시선이 함께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느낍니다.
아이는 설명으로만 이해되는 존재가 아니라
가만히 바라볼 때 더 잘 보이는 존재라는 것을요.
예전에는 바빠서 놓쳤던 표정들이
지금은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때는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
지금은 여유가 있어서 비로소 보입니다.
어쩌면 아이의 마음은 늘 거기에 있었는데
제가 너무 바빠서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천천히 바라보는 일
그래서 요즘은 더 자주 멈추게 됩니다.
아이의 표정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말보다 먼저 올라오는 마음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조금만 천천히 보아도
아이의 마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니까요.
오늘도 가족방에서 시작된 작은 순간 하나가
제 마음을 오래 붙잡았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손녀를 보며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표정이 많아진다는 것은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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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은 서둘러 설명해주기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함께 머물러 줄 때 더 잘 열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말보다 음식과 감각 같은 안전한 매개가
아이 마음을 표현하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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