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는 건
오늘도 나를 돌볼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는 뜻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문득 묻게 된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을까.
어제 손녀딸이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그래서 오늘은 등원을 하지 않는다.
딸에게 잠깐 일이 있어 나는 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처음에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먼저 떠올랐다.
조금 미뤄야 할 일정들,
다시 조정해야 할 시간들.
하지만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 계산은 힘을 잃는다.
아이들은 계산하지 않는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비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웃고,
지금 움직이고,
지금 궁금해한다.
작은 손이 내 손을 잡아끌며 말한다.
“할머니, 이거 봐.”
그 한마디에는 설명도, 설득도 없다.
다만 지금을 함께 보자는 초대만 있다.
아이들의 웃음 앞에서
내 안의 복잡한 생각들이 잠시 멈춘다.
해야 할 일,
정리해야 할 관계,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조금 뒤로 물러난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아이들이 나를 쉬게 한다.
어쩌면 나를 돌본다는 건
특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그저 자기 본능이 가리키는 쪽으로 움직인다.
나는 그 곁에서 잠시 ‘어른’이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그냥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아침이 밝았다는 건
또 하루를 견디라는 뜻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라는 부름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돌봄은
내 일정표 안에 있지 않았다.
아이들의 웃음 속에,
작은 손의 온기 속에,
아무 이유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조용히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잠시, 괜찮은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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