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26일차, 아침 산책이 전해준 마을 소식과 엄마의 마늘 한 쪽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이어가는 26일차, 오늘은 물안개를 기대하며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산책길에서 만난 마을의 소소한 소식을 엄마에게 전하고, 말려둔 마늘의 대를 자르고 쪼개면서 당연하게 먹었던 음식에 담긴 엄마의 수고와 시간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회복 26일차다.

오늘 아침도 엄마가 우유를 데워 드시는 소리에 잠이 깼다.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어 이불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밖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엄마는 벌써 밖으로 나가신 것 같았다.

나도 아침 산책을 갈 준비를 하고 텃밭으로 나가보았다.

엄마는 텃밭에 앉아 풀을 뽑고 계셨다.


또 아프면 어떻게 하려고 일을 하세요

엄마는 조금만 움직이셔도 온몸이 아프다고 하신다.

그런데도 눈앞에 풀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신다.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또 아프면 어떻게 하려고 일을 하세요?"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셨다.

"안 더울 때 조금만 하려고 해."

아침부터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눈에 보이는 풀만 조금 뽑겠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단단히 당부했다.

"절대로 많이 하지 말고 조금만 하고 들어가세요."

엄마는 알겠다고 대답하셨다.

그 말을 얼마나 잘 지키실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대답을 뒤로하고 산책길로 나섰다.


먼 산의 안개를 보고 빨라진 발걸음

집에서 나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았다.

산 중턱에서 안개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개울가의 물안개가 떠올랐다.

'먼 산에 안개가 있으니 오늘은 개울에도 물안개가 있지 않을까?'

물안개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개울가에 도착해 보니 아쉽게도 물안개는 보이지 않았다.

먼 산에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개울 위는 조용했다.

'먼 산에는 있는데 여기는 없네.'

조금 아쉬웠지만 자연은 언제나 내가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일의 산책을 다시 기대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책을 다녀오니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다

동네를 크게 돌아 산책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텃밭에서 풀을 뽑고 들어오신 뒤 피곤하셨는지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엄마를 깨워 아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엄마, 아침은 뭐 드실래요?"

엄마는 누룽지를 먹자고 하셨다.

나는 누룽지를 끓여 엄마와 함께 아침상을 마주했다.

구수한 누룽지를 먹으며 산책길에서 보고 들은 마을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마을의 아침 소식꾼이 되었다

나는 매일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한다.

그러다 보니 누구네 밭에 어떤 작물이 자라고 있는지, 누가 새벽부터 어떤 일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요즘은 아침 식사를 하며 내가 본 마을의 작은 변화를 엄마에게 전하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엄마, 누구네 밭에 심은 들깨 모종이 잘 살아 있더라."
"누구네 논두렁에는 풀약을 주었더라."
"누구네 논에 심은 들깨 모종은 잘 안되는 것 같아."

어떤 날은 수확하지 않은 강낭콩 이야기도 한다.

"누구네 밭은 강낭콩을 수확하지 않아서 콩깍지에서 콩이 튀어나와 길가에 굴러다니더라."

아침 일찍 찾아온 목욕차도 중요한 마을 소식이 된다.

"오늘은 누구네 집에 벌써 목욕차가 와 있더라."

도시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밭의 작물이 얼마나 자랐는지, 누가 어떤 일을 시작했는지가 하루의 중요한 소식이 된다.

엄마도 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신다.

어쩌면 엄마는 내가 들려주는 산책 이야기를 통해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말려둔 마늘대를 자르고 마늘을 쪼개다

오늘은 말려놓았던 마늘의 대를 자르고 마늘을 쪼개는 일을 했다.

마늘은 충분히 말라 있었지만 너무 많이 말라서인지 대를 자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늘을 한 덩이씩 나누어 쪼개는 일에도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런데 어제 삼계탕을 끓이려고 마늘을 까면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늘 끝부분이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마늘을 잘못 산 것이 아닌지 걱정되어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 마늘 잘못 산 것 같아."
"마늘이 벌써 초록색으로 변하던데?"

엄마는 그 이유를 알고 계셨다.

"이 마늘이 벌마늘이라서 그래."

엄마 말씀으로는 예전에 먹던 신마늘은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벌마늘은 초록색으로 변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마늘도 모두 같은 마늘인 줄 알았는데 종류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또 하나 배웠다.


마늘이 너무 말라 손질하기도 힘들었다

엄마는 마늘이 너무 말랐다고 하셨다.

마늘이 적당히 말랐을 때 손질해야 대를 자르고 쪼개기가 수월한데 너무 많이 마르면 오히려 힘이 더 든다는 것이다.

나는 마늘대를 자르고 엄마는 마늘을 쪼개며 일을 나누어 했다.

마늘 하나를 손질하는 일도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위와 손에 힘을 주어야 했고, 마늘에서 떨어지는 흙과 마른 껍질도 계속 정리해야 했다.

그런데 일을 방해하는 손님이 또 있었다.

바로 모기였다.


모기에게 헌혈하며 마늘을 손질하다

마늘을 쪼개고 있는데 모기가 계속 달려들었다.

팔과 다리 주변을 맴돌며 마치 헌혈을 하라고 보채는 것 같았다.

한두 마리도 아니어서 그대로 일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결국 집에서 홈키파를 가져왔다.

엄마의 옷과 주변에도 뿌리고 내 몸에도 뿌려가며 다시 마늘을 손질했다.

마늘과 씨름하고 모기를 피하며 일을 하다 보니 웃음도 났다.

예전에는 엄마가 마늘을 손질해 주시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었다.

그 마늘이 내 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빻아 얼려준 마늘을 당연하게 받아먹었다

예전의 엄마는 마늘을 직접 까고 다듬은 뒤 모두 빻아 냉동실에 얼려주셨다.

나는 엄마가 건네주는 마늘을 받아와 필요한 만큼 꺼내 먹었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 직접 마늘을 손질해 보니 마늘 한 쪽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참 많았다.

  • 밭에서 마늘을 수확하고
  •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충분히 말리고
  • 마늘대를 하나씩 잘라내고
  • 덩어리진 마늘을 쪼개고
  • 마늘 껍질을 벗겨 깨끗하게 다듬고
  • 필요하면 모두 빻아 보관해야 한다

그 과정 어디에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엄마의 손과 시간, 허리와 어깨의 수고가 있어야 내가 편하게 마늘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뒤에는 늘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숨어 있었다.


다음 주에는 마늘을 까자는 엄마

마늘대를 자르고 쪼개는 일을 마무리할 즈음 엄마가 다음 계획을 말씀하셨다.

"다음 주에는 마늘 까자."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 마늘을 조금 손질해 보니 다음 주 일이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마늘 껍질을 하나씩 벗기는 일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엄마와 나란히 앉아 마늘을 까다 보면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힘은 들겠지만 그 시간도 언젠가는 엄마와 함께했던 하나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회복 26일차, 당연했던 것 뒤에 엄마의 시간이 있었다

오늘 아침 산책에서는 기대했던 물안개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마을의 작은 소식들을 가득 담아왔다.

누구네 들깨가 잘 자라는지, 어느 논두렁에 풀약을 주었는지, 어느 집에 목욕차가 왔는지를 엄마에게 전했다.

산책은 단순히 걷는 시간이 아니라 자연을 살피고, 마을을 만나고, 엄마와 나눌 이야기를 가져오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마늘을 손질하면서는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편리함 뒤에 엄마의 오랜 수고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늘 한 쪽에도 심고, 거두고, 말리고, 자르고, 까고, 빻는 시간이 들어 있었다.

회복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눈에 띄는 큰 변화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작은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이루어지는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왔던 것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마늘 한 쪽에서 엄마의 오래된 사랑을 다시 보았습니다.


오늘의 한 줄

마늘 한 쪽이 식탁에 오기까지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듯, 회복에도 보이지 않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누군가의 수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을까?
  • 평범한 음식 하나에 담긴 가족의 손길을 떠올려 본 적이 있을까?
  • 오늘 내가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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