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기록합니다.
엄마는 올해 여든일곱입니다.
연세를 생각하면 조금은 쉬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가만히 계시는 법이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을 한 번 둘러보시고, 텃밭에 다녀오시고, 반찬을 살피시고, 집 안을 정리하십니다.
몸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손은 늘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엄마가 답답했습니다.
'조금 쉬시면 좋을 텐데.'
그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 아파."
어느 날 엄마께 말씀드렸습니다.
"엄마, 오늘은 그냥 쉬세요."
엄마는 웃으시며 대답하셨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 아파."
그 말은 핑계가 아니었습니다.
엄마에게는 평생 살아온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엄마는 쉼을 다르게 배우셨습니다
엄마가 젊었을 때는 쉬고 싶다고 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농사도 지어야 했고, 집안일도 해야 했고, 자식들을 키워야 했습니다.
몸이 아프다고 하루를 멈추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신 엄마에게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쉼은 텃밭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이었고, 풀을 조금 뽑는 것이었고, 반찬을 하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그 안에서 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엄마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저는 엄마를 쉬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제가 할게요." "엄마는 앉아 계세요."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는 엄마를 쉬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제 방식대로 쉬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엄마에게 쉼은 소파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평소처럼 살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회복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는 수술 후 '잘 쉬어야 회복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회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를 보며 회복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쉬며 회복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며 회복하고, 누군가는 평소처럼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회복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방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쉼을 찾는 일이라는 것을 엄마가 알려주셨습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텃밭을 천천히 둘러보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삶의 리듬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여러분에게 쉼은 어떤 모습인가요?
가만히 있는 시간이 쉼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쉼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나만의 쉼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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