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에서 면민의 날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어요. 아침부터 회관 앞으로 9시까지 나와 달라는 이장님의 방송이 마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어요.
어제부터 이어진 두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장님과 동네 아주머니들의 권유로 결국 엄마와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어요.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몸은 오래 버티지 못했어요. 오늘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만큼 쉬어야 한다고 말하는 몸의 신호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면민의 날 행사에서 먼저 집으로 돌아온 저와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 지쳐 돌아온 엄마의 이야기예요.
아침부터 울려 퍼진 이장님의 방송
오늘은 이곳에서 면민의 날 행사가 열리는 날이에요.
아침부터 회관 앞으로 9시까지 나와 달라는 이장님의 방송이 마을에 우렁차게 울려 퍼졌어요.
엄마와 저는 쪽파를 심기 위해 다듬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행사에 가지 않으려던 엄마도 이장님이 함께 가자고 권했다며 다녀와야겠다고 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갈 생각이 없었어요. 어제부터 시작된 두통과 어지러움이 말끔히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집중하기도 힘들었고, 머리가 아프니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을 일에도 짜증이 났어요.
“혼자 집에서 뭐 하려고 그래”
그런데 이장님과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렸어요.
“혼자 집에서 뭐 하려고 그래. 같이 가자.”
여러 번 권하는 마음을 거절하기 어려워 결국 저도 면민의 날 행사에 가기로 했어요.
몸은 쉬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권유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38개 마을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행사장에 도착하니 다른 마을 주민들이 이미 많이 와 있었어요.
이곳에는 부락, 그러니까 ‘리’가 무려 38개나 된다고 해요. 마을마다 천막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었고, 우리는 우리 마을 이름이 적힌 천막을 찾아 자리를 잡았어요.
행사 안내와 내빈 소개가 이어지면서 주변이 꽤 시끄러웠어요. 두통이 남아 있던 저에게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행사장의 소리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주민자치센터에서 활동하는 어르신들의 노래교실 공연을 비롯해 난타와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이어졌어요.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요
다른 마을 천막에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우리 마을 천막에는 몇 사람밖에 없었어요.
‘우리 마을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시골 마을의 고령화가 정말 심해지고 있구나.’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자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고, 누군가는 전동차를 타고 왔어요.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지면서 우리 마을 천막에도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이 늘어났어요.
사람이 몇 명 더 왔을 뿐인데 천막의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행사는 프로그램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함께 채우는 사람들로 완성되는 것 같았어요.
엄마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관계자들이 천막을 돌아다니며 행운권 추첨을 했어요.
그런데 뜻밖에도 우리 엄마가 당첨되었어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웃음이 났어요. 경품은 사골국이었어요.
마을 주민들은 “이것을 사려면 몇만 원은 줘야 한다”며 엄마 일처럼 함께 기뻐해주었어요.
경품도 좋았지만 서로 축하해주는 그 마음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즐거운 행사였지만 몸은 힘들었어요
어제까지 비가 내리고 오늘 갑자기 해가 떠서인지 날씨가 무척 습하고 더웠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두통과 어지러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 점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11시 버스를 타고 먼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어요.
마침 이장님이 집에서 가져올 것이 있다며 데려다주겠다고 하셔서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었어요.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렸어요.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쉬며 몸을 가라앉혔어요.
함께하는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일이 더 필요한 날도 있어요.
오후 3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
집에서 쉬면서도 엄마가 마음에 걸렸어요.
시간이 흘러 오후 3시가 되었는데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엄마의 체력으로 그 더운 곳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힘들 것 같아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그때 엄마가 무언가 중얼거리며 집으로 들어오셨어요.
“너무 힘들다. 괜히 갔다.”
습하고 더운 데다 온몸이 아파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하셨어요.
힘든 상태에서 음식을 드셔서인지 속까지 불편해져 집에 오자마자 소화제를 드셨어요.
사골국에 당첨되어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더 쓰였어요.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느라 몸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약을 드신 엄마는 곧 깊이 잠드셨어요.
사람들의 권유보다 먼저 들어야 할 목소리
오늘 저와 엄마는 “같이 가자”는 사람들의 따뜻한 권유를 받아 면민의 날 행사에 다녀왔어요.
저는 두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먼저 돌아왔고, 엄마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 지친 몸으로 돌아오셨어요.
함께 어울리는 시간은 분명 필요해요. 혼자였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공연을 보고 뜻밖의 행운도 얻었어요.
하지만 좋은 자리라고 해서 몸에도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것도 관계이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말하는 내 몸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복 중인 저뿐 아니라 나이가 든 엄마에게도 즐거움과 휴식 사이의 적당한 선이 필요해요.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되, 몸이 힘들다고 말할 때는 미안해하지 않고 먼저 돌아올 수 있어야 해요.
오늘 저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집에서 몸을 쉬게 할 수 있었어요.
회복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면서, 언제 물러나 쉬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오늘의 한 줄
함께하자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맙지만,
쉬어야 한다고 말하는 내 몸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이에요. 회복 중 나타나는 두통과 어지러움의 정도 및 원인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증상이 새롭게 심해지거나 계속 이어진다면 의료진의 확인이 필요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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