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낯선 사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하거나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부모는 걱정합니다.
“조금 더 기다리면 괜찮아질까?”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까?”
낯가림은 아이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충분히 살펴본 뒤 천천히 적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하지만 익숙해지면 편안하게 말하고 놀이에 참여한다면 아이의 기질과 적응 속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오래 지속되고 유치원 생활이나 놀이, 일상적인 의사 표현까지 방해한다면 단순히 기다리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불안이 일상생활과 놀이, 의사소통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목차
기다려주어도 되는 낯가림의 모습
채채는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쭈뼛거리며 주변을 맴돌 때가 있습니다.
그네를 타고 싶어도 친구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저에게 “할머니가 말해줘”라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렇지만 채채는 친구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바라보고 가까이 가고 싶어 하며, 익숙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마음도 잘 표현합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보인다면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려볼 수 있습니다.
- 낯선 장소에서 처음에만 머뭇거립니다.
-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말하거나 놀이에 참여합니다.
- 집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표현합니다.
- 친숙한 친구와는 편안하게 놉니다.
- 필요할 때 부모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 느리더라도 작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 낯설어하면서도 친구와 놀이에 관심을 보입니다.
낯가림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친구를 바라보는 것, 가까이 가는 것, 장난감을 건네거나 같은 놀이를 시작하는 것도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변화의 크기보다 방향을 살펴보세요
아이의 변화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작은 성장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는 먼저 가서 잘 노는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럴까?”라고 비교하기보다 이전의 아이 모습과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에는 어른이 모두 대신 말했지만 오늘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난번에는 놀이를 바라보기만 했지만 오늘은 모래삽을 들고 옆에 앉았습니다.
변화가 느리더라도 아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자신의 속도로 적응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상담을 고려할 수 있는 신호
낯가림 때문에 아이의 일상생활이 계속 어려워진다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나 아동 발달·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지 살펴보세요.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심하게 두려워합니다.
- 익숙해질 시간이 지나도 또래와 거의 어울리지 못합니다.
- 낯선 상황에서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거나 말하지 못합니다.
- 화장실이나 물, 통증 등 필요한 요구도 표현하지 못합니다.
- 친구나 교사와 마주치는 상황을 계속 피하려고 합니다.
- 불안한 상황에서 복통이나 두통을 반복적으로 호소합니다.
- 수면이나 식사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 낯선 사람을 만난 뒤 심하게 울거나 화를 내는 일이 반복됩니다.
- 시간이 지나도 변화가 거의 없거나 어려움이 더 커집니다.
- 낯가림 때문에 아이와 가족의 일상적인 활동이 크게 제한됩니다.
몇 가지 모습이 있다고 바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연령과 발달 수준, 지속된 기간, 나타나는 장소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집에서는 말하지만 밖에서는 말하지 못할 때
아이가 집에서는 편안하게 말하지만 유치원이나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말을 아끼는 정도를 넘어 말을 해야 하는 순간 몸이 굳거나 표정이 멈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으로만 대답하고, 화장실이나 물처럼 꼭 필요한 요구도 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거나 몇 가지 행동만으로 부모가 직접 진단해서는 안 됩니다.
언어 발달과 청력,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기간,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모습 등을 함께 살펴보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계속 말하도록 요구하지 마세요
아이가 밖에서 말을 못 한다고 해서 반복적으로 요구하면 말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인사해야지.”
- “선생님이 물어보시잖아.”
- “집에서는 잘 말하면서 왜 여기서는 안 해?”
- “말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안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줄이고 다른 소통 방법도 인정해주세요.
-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기
- 손으로 가리키기
- 그림이나 글자로 표현하기
- 놀이와 행동으로 의사 표현하기
- 믿을 수 있는 어른을 통해 전달하기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을 때도 여러 사람 앞에서 크게 칭찬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 전에는 무엇을 기록할까요?
아이의 모습을 막연하게 설명하기보다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상담이나 교사와의 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 어떤 장소에서 어려워하는지
- 누구와 있을 때 말하지 못하는지
- 집에서는 어느 정도 편안하게 말하는지
- 고개 끄덕이기나 손짓으로는 표현하는지
- 몸이 굳거나 우는 모습이 나타나는지
-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 유치원에서는 누구와 어떻게 노는지
- 최근 이사나 기관 변경 같은 변화가 있었는지
- 복통이나 수면 문제 등이 함께 나타나는지
유치원 교사에게도 아이가 하루 동안 누구와 놀고, 필요한 것을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는지 물어보세요.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모습을 함께 살펴야 어려움이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는지 여러 환경에서 지속되는지 이해하기 쉽습니다.
어디에서 상담받을 수 있을까요?
우선 소아청소년과나 영유아 건강검진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아이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아동 심리·발달 전문가 또는 언어재활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기 위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가정과 유치원에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낯을 가리더라도 필요한 것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원하는 관계에 자신의 속도로 참여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변화를 관찰하고, 마음을 읽어주며, 집에서 편안하게 연습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연결하는 것도 기다림에 포함됩니다.
채채가 쑥스러워 제 뒤에 숨는 날에는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불안 때문에 하고 싶은 말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요구까지 표현하지 못한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찾아볼 것입니다.
기다림이 아이를 편안하게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를 어려움 속에 오래 머물게 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을 살펴보는 것이 낯가리는 아이 곁에서 어른이 해야 할 중요한 판단일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낯가림은 몇 살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나이만으로 상담 시점을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편안해지는지, 불안이 유치원·가정·놀이와 의사 표현을 방해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는 말을 잘하면 선택적 함구인가요?
집에서는 잘 말하고 밖에서는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관련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 인사를 계속 연습시키면 좋아질까요?
집에서 편안하게 역할놀이를 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말하도록 재촉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반복적으로 요구하면 불안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낯가리는 우리 아이 연재를 마치며
낯가림은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닙니다. 아이가 쑥스러운 마음을 안고도 자신의 속도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곁에서 안전한 자리가 되어주세요.
※ 이 글은 일반적인 유아 심리와 양육 정보를 위한 내용이며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불안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의료진 또는 아동 발달·심리 전문가와 상담해보세요.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