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과, 다른 시선… 상담실에서 만난 마음의 이야기

우리는 참 바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든 천천히 바라보고, 유심히 살펴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빠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어제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그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고 계신 분들과 집단 상담을 진행했다.
그 안에서 오늘은 사과를 가지고 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사과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물건이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사과를 한번 바라보세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오신 분들에게는 더 그럴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하셨고,
“사과가 사과지, 뭐가 다르냐”는 듯한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각자가 바라본 사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사람은 사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통해 사과를 본다는 것을.

익숙한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연습

사과를 보며 나온 각자의 이야기

뭉게구름님은 자신의 사과를 보며 말씀하셨다.
“내 사과는 다른 분들 것보다 더 삐뚤어 보이네.”

연꽃님은 사과의 크기를 비교하셨다.
“왜 저쪽에 앉은 사람들 사과는 더 크고, 우리 쪽은 작은 것 같지?”

자유님은 빨간색을 좋아하신다며,
처음 받은 사과보다 더 빨간 사과로 바꿔달라고 하셨다.
바꿔드리자 정말 흐뭇해하셨다.

선인장님은 사과를 보며 위트 있게 말씀하셨다.
“이건 꼭 한 대 맞은 것 같네.”
햇빛을 고르게 받지 못해 푸른빛이 남아 있는 부분을 보시고 하신 말씀이다.

찰떡궁합님은 아주 솔직하셨다.
“맛있어 보여. 얼른 먹고 싶어.”

그리고 미소님은 조용히 사과를 보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사과가 꼭 나를 닮은 것 같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단단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까 상처도 있고, 색이 다른 부분도 있고, 멍도 있는 것 같아.”
“내가 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사실 나도 이 사과 같은 것 같아.”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잠시 상담실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누군가는 웃으며 사과를 보았고,
누군가는 비교했고,
누군가는 원하는 색을 찾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발견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사과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만났다.

같은 사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상담사의 시선으로 본 그 시간

상담 현장에서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 기억과 상처를 통해 바라본다는 점이다.

같은 사과를 보면서도
누군가는 삐뚤어진 모양을 먼저 보고,
누군가는 크기를 비교하고,
누군가는 색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결국 그날 우리가 본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었다.
각자의 삶의 시선이었고,
각자의 마음이 머물러 있는 자리였으며,
각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왜 이런 활동이 의미가 있을까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들은 종종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아프다”, “나는 외롭다”, “나는 비교당하는 기분이다”, “나는 상처받았다”라고 말하는 대신,
사과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조금 더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활동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을 꺼내는 과정이다.

  • 사과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
  • 직접적인 자기표현이 어려운 분들도 부담이 덜하다
  • 서로의 시선이 다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르게 보고 있구나’를 경험하게 된다

같은 것을 다르게 본다는 것

우리는 종종 상대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별것 아닌데 왜 저렇게 받아들이지?”
“왜 저 사람은 늘 부족한 것만 볼까?”
“왜 저 사람은 상처부터 찾을까?”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지금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빨간 사과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크기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먼저 보인다.
그리고 그 모두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이 담긴 시선일 수 있다.

같은 대상을 함께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

오늘 상담실에서 다시 배운 것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다시 배웠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보는 대상을 함께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왜 그렇게 보세요?”라고 묻기보다
“그렇게 보이셨군요”라고 머물러 주는 것.
그것이 상담의 시작일 때가 많다.

상담사는 답을 빨리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시선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도 다시 느꼈다.

마무리하며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사과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겉보기엔 같은 하루를 사는 것 같아도,
누구는 상처를 먼저 보고,
누구는 부족함을 보고,
누구는 기대를 보고,
누구는 자신을 본다.

그래서 어쩌면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느냐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는 멀쩡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말하지 못한 상처와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사과를 바라보던 그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꺼내 보이는 용기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시선을 이해하는 배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같은 사과를 보고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모두 다르게 빛나고, 다르게 아파한다.


여러분은 같은 대상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느끼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도 함께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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