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걱정이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사랑과 걱정이 아이를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말이었는데 아이는 긴장하고, 부모는 걱정했을 뿐인데 아이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부모의 걱정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상담실에서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저 아이는 너무 산만해요.”
“집중을 못 해요.”
“고집이 너무 세요.”
“말을 안 들어요.”
“저렇게 키우면 나중에 힘들 것 같아요.”
부모님의 말 속에는 걱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보다 부모님의 불안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이미 인생을 살아보았습니다. 실패도 경험했고, 후회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경험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리는 경우입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
“나는 이렇게 배웠어.”
“나는 힘들어도 참았어.”
“원래 아이는 부모 말을 들어야 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아이를 바라보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의 기질은 부모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와 다른 사람입니다. 부모와 기질이 다를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 어떤 아이는 신중하고 조용합니다.
- 어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적입니다.
- 어떤 아이는 질문이 많습니다.
- 어떤 아이는 감정 표현이 풍부합니다.
그런데 부모의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아이의 기질은 장점이 아니라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활동적인 아이는 산만한 아이가 되고,
자기주장이 있는 아이는 버릇없는 아이가 되고,
감정이 풍부한 아이는 예민한 아이가 됩니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를 먼저 판단할 때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쟤는 나중에 사고 칠 것 같아요.”
“내가 안 잡으면 큰일 날 것 같아요.”
“저 성격으로는 사회생활 못 할 것 같아요.”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부모의 불안이 먼저 아이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시선을 민감하게 느낍니다. 부모가 반복해서 걱정하고 지적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 자신을 이렇게 느끼기 시작합니다.
“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구나.”
“나는 부모를 힘들게 하는 아이구나.”
“나는 잘 못하는 아이구나.”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의 자존감은 조금씩 낮아질 수 있습니다.
위축되는 아이와 반항하는 아이
어떤 아이는 위축됩니다. 실수할까 봐 걱정하고, 눈치를 많이 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반대로 어떤 아이는 반항적으로 변합니다. 부모의 통제에 맞서기 시작하고,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 둘 다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고 싶어요.”
아이의 뇌는 안전을 먼저 찾습니다
뇌과학적으로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이가 지속적으로 긴장하고 평가받는 환경에 놓이면 뇌는 안전보다 경계를 먼저 배우게 됩니다.
편도체는 더욱 예민해지고 스트레스 반응은 쉽게 활성화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집중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감정조절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충동적인 행동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걱정합니다. 그리고 더 많이 통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뇌는 통제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은 안전한 관계 속에서 자랍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안전감입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고,
감정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지는 경험 속에서 아이의 뇌는 점점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부모도 자신의 불안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은 부모 역시 자신의 불안을 돌아보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위축된 아이도, 반항하는 아이도 사실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엄마, 아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먼저 이해해 주세요.”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전에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 먼저 바라보는 것. 그것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나는 아이의 기질을 문제로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 아이를 위한 걱정이 통제로 전달되고 있지는 않았을까?
- 아이는 내 앞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 아이의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 있을까?
위축도 반항도 아이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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