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비 소식이 계속 들렸습니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였습니다.
저는 창밖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엄마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침 일찍 장화를 꺼내 놓으시고, 텃밭으로 향하셨습니다.
비가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밭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셨습니다.
넘어질 것 같은 지지대를 다시 세우고, 쓰러질 것 같은 작물을 살펴보고, 배수로도 한 번 더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비는 못 막아."
잠시 뒤 엄마가 덧붙이셨습니다.
"대신 미리 준비는 해야지."
그 짧은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엄마는 자연과 싸우지 않으셨습니다
엄마는 비가 오는 것을 원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비를 피하려고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비는 오는 것이고, 장마는 지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셨습니다.
준비할 것을 준비하고, 살필 것을 살피고, 기다릴 것은 기다리셨습니다.
87년을 살아오며 엄마는 자연과 싸우는 법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신 것 같습니다.
저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회복을 시작하면서도 저는 자꾸만 빨리 좋아지고 싶었습니다.
머리가 맑지 않은 날이면 답답했고,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습니다.
바꿀 수 없는 오늘을 붙잡고 혼자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한마디가 제 생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비는 못 막아."
그 말은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삶
우리는 모든 일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비도, 시간도, 나이도, 병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몸을 돌보고, 마음을 살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
엄마는 그것을 말보다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장마는 결국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생은 비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를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 담담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지금 여러분이 막을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요?
혹시 그 일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오늘 준비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면 어떨까요? 때로는 준비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가장 큰 용기가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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