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24일차, 새벽 제초기 소리와 부지런한 새들이 알려준 삶의 태도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이어가는 24일차, 오늘은 새벽부터 들려온 제초기 소리에 잠이 깼다. 산책길에서 만난 부지런한 새들, 푸놀치를 하다 손에 박힌 가시, 엄마가 준비한 나물과 누룽지, 면장님의 마을 방문을 통해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성실함을 생각해 보았다.

오늘은 회복 24일차다.

오늘은 알람보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먼저 눈을 떴다.

요즘 날씨가 워낙 무덥다 보니 농부들은 해가 높이 뜨기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내가 일찍 일어나지 못해 정확히 몇 시부터 밖이 환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농부들은 새벽 5시쯤이면 이미 일을 시작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요란하게 들려온 제초기 소리

아침부터 제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어느 집 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논두렁의 풀을 깎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에는 논두렁의 풀을 낫으로 직접 베었다.

사람이 허리를 굽혀 조금씩 풀을 베던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런데 지금은 제초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풀을 빠르게 베어낸다.

사람의 손으로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일은 훨씬 수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조용했던 시골의 아침에는 새로운 소음이 생겼다.

제초기 소리가 계속 들려오니 더 이상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결국 6시도 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 준비를 했다.


농부만 부지런한 것이 아니었다

집을 나서 길을 걷는데 참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다른 새들도 하늘을 날아다녔다.

어떤 새들은 도로 위에 내려앉아 떨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주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농부만 부지런한 것이 아니네.'

농부들은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논밭으로 향하고, 새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는 사람만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연 속 생명들은 사람이 잠든 시간부터 이미 자신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매일 푸놀치를 하면서도 가위는 챙기지 못했다

요즘은 아침 산책길에서 거의 매일 푸놀치를 한다.

산딸기와 풀, 꽃, 나뭇잎처럼 산책길에서 만난 자연물을 이용해 그날의 마음이나 떠오르는 모습을 표현한다.

푸놀치를 할 때마다 생각한다.

'내일은 꼭 가위를 가져와야지.'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면 또 잊고 빈손으로 집을 나선다.

가위가 없으니 필요한 풀과 줄기를 손으로 끊게 된다.

산딸기를 만지다가 가시에 긁히기도 하고, 억센 풀을 꺾다가 손등과 손가락 옆면에 작은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상처 난 곳은 조금씩 가렵고, 손가락 하나에는 작은 가시가 박혀 아직 빠지지 않고 있다.


엄마도 빼지 못한 손가락의 작은 가시

손가락에 박힌 가시가 불편해 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엄마도 예전처럼 시력이 좋지 않으셔서 작은 가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셨다.

바늘까지 가져와 빼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엄마는 내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곪을 때까지 기다려야겠네."

가시는 빠지지 않았고 지금도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조심하며 지내고 있다.

매일 푸놀치를 하면서도 도구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내일은 정말 가위를 챙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산책을 다녀오니 엄마는 주방에 계셨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아침 준비도 하지 않고 산책을 다녀오는 딸을 위해 엄마가 먼저 움직이고 계신 것이다.

매일 엄마가 아침상을 준비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나물을 무치고 계셨다.

며칠 전 가져다주신 쑥갓과 상추가 냉장고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하셨다.

엄마는 쑥갓과 상추를 모두 삶아 각각 나물로 무치셨다.

냉장고에 오래 두어 상하게 만들기보다 먹을 수 있을 때 손질해 반찬으로 만드신 것이다.


찬밥으로 누룽지를 만드는 엄마

앞집 8학년 5반 아주머니께서 가져다주신 찬밥도 있었다.

엄마는 그 찬밥을 이용해 누룽지를 만들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계속 서서 일하시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말씀드렸다.

"엄마, 이제 앉아 계세요. 제가 할게요."

몸이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엄마는 먹을 것이 눈에 보이면 그냥 두지 못하신다.

버리는 것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하고, 찬밥도 다시 누룽지로 만들어 놓아야 마음이 편하신 것 같다.

엄마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주방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면장님이 마을을 방문하는 날

오늘은 마을에 면장님이 오시는 날이라고 했다.

마을 방송에서는 오후 4시까지 회관으로 모여달라는 안내가 나왔다.

엄마는 오후 2시쯤 평소처럼 회관으로 나가셨다.

매일 엄마를 부르러 오시는 아주머니가 오늘도 집으로 찾아와 함께 나가신 것이다.

나는 오후 4시쯤 회관 주변을 기웃거려 보았다.

면장님은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는지 회관 앞에 몇 분이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밖에서 기다리는 분들은 이 동네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50대와 60대 남자분들이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회관 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밖에 계신 분들은 면장님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나와 계시는 것 같았다.


주민을 직접 찾아오는 행정의 의미

면장님이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것 같았다.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주민들을 생각하면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면장님이 각 마을을 직접 찾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을 찾아가야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책임자가 직접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행할 일을 미리 설명하고, 지역 주민이 생활하며 느끼는 불편함과 필요한 일을 직접 듣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연세가 많아 행정기관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찾아오는 행정이 더 필요할 것이다.

작은 마을일수록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주민들에게 신뢰와 안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복 24일차, 부지런함은 삶을 이어가는 힘이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여러 모습의 부지런함을 만난 날이었다.

  • 새벽부터 논두렁의 풀을 깎는 농부
  •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새들
  • 몸이 아파도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
  •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아온 면장님
  • 회복을 위해 아침 산책과 푸놀치를 이어가는 나

서로 하는 일은 달랐지만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반드시 남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외면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이어가는 태도도 부지런함이다.

회복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좋아지려고 애쓰기보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이어가는 것.

아침에 일어나 걷고, 자연을 바라보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살피며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회복이다.

부지런함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한 줄

회복도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이어가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오늘 내 자리에서 어떤 일을 성실하게 해냈을까?
  •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로 이어가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 내 몸과 마음을 위해 매일 반복하고 싶은 작은 루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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