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27일차, 엄마의 솔직한 입맛과 새 옷이 남긴 웃음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이어가는 27일차, 오늘은 흐린 하늘에 인사를 건네며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엄마의 솔직한 음식 평가에 동생과 한참 웃었고, 대천에서 처음 먹은 밴댕이조림 뒤에는 두통과 소화불량이 찾아왔다. 몸의 예민함을 다시 확인했지만, 새 옷을 입고 좋아하시는 엄마의 모습 덕분에 마음은 따뜻했던 하루였다.

오늘은 회복 27일차다.

평소보다 눈이 일찍 떠졌다.

그렇다고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조금 더 누워 엄마의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엄마는 아침에 드실 우유를 데우려고 준비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산책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 대문을 열었다.


오늘은 내가 엄마보다 먼저 대문을 열었다

우리 집의 아침은 엄마가 대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대문을 열고 텃밭과 마당을 살핀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먼저 대문을 열었다.

평소 엄마가 맡아 하던 일을 내가 잠시 빼앗은 것 같아 혼자 웃음이 났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내가 엄마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흐린 하늘

오늘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

날씨가 흐리다고 해서 하루까지 흐린 것은 아니다.

오늘도 하루를 다시 살아갈 수 있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엄마와 또 어떤 하루를 만들게 될지도 궁금했다.

엄마와 보내는 하루에는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웃음이 있는 날도 있고, 엄마의 늙고 아픈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날도 있다.

때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모여 엄마와 내가 함께 살아낸 하루가 된다.

나는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즐겁게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은 초복에 남은 닭죽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엄마는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엄마에게 아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다.

"엄마, 아침은 뭐 드실래요?"

엄마는 초복에 먹고 남은 닭죽을 먹자고 하셨다.

어제 내려온 동생에게도 오늘 아침 메뉴를 알려주었다.

"우리 오늘 아침은 닭죽이야."

닭죽을 데우고 있는데 엄마가 말씀하셨다.

"음식은 간이 잘 맞아야 맛있는 거야."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평소보다 더 신경을 써서 닭죽의 간을 맞추었다.

엄마가 한 숟가락 드시더니 이번에는 간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그 말에 조금 안심했는데 잠시 후 엄마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오늘 닭죽은 맛있는데 초복 닭죽은 맛이 없었어

엄마는 오늘 닭죽을 맛있게 드시면서 말씀하셨다.

"오늘 닭죽은 맛있는데 초복에 먹은 것은 맛이 없었어."
"딸이 해준 거라 아무 말 안 하고 먹었지."

나는 순간 엄마를 바라보았다.

초복날 엄마는 닭죽을 정말 맛있게 드셨기 때문이다.

닭도 잘 드셨고, 죽도 한 그릇 맛있게 비우셨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이제야 맛이 없었다고 고백하신 것이다.

얼마 전 수제비를 끓였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엄마는 수제비를 두 그릇이나 드셨다.

나는 엄마가 맛있게 드신 줄 알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나중에 엄마는 맛이 없었지만 딸이 해준 음식이라 맛있게 먹었다고 말씀하셨다.

오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웃음이 나왔다.


엄마는 우리가 왜 웃는지 모르셨다

동생에게 예전 수제비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동생도 웃기 시작했다.

엄마의 솔직한 음식 평가와 맛이 없어도 딸이 만든 음식이라 잘 드셨다는 말이 웃기면서도 고마웠다.

동생과 내가 계속 웃자 엄마가 우리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너희는 왜 자꾸 웃냐?"

우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또 웃었다.

엄마에게는 음식의 맛보다 딸이 정성껏 해준 마음이 더 중요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주는 것.

그것도 엄마가 딸에게 표현하는 사랑의 한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사주는 밴댕이조림을 먹으러 대천으로

오늘은 동생이 엄마와 나에게 밴댕이조림을 사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함께 차를 타고 대천으로 향했다.

대천으로 가는 도중 엄마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셔서 서천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 옷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시원해 보이는 옷 한 벌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 엄마에게 옷을 보여드리며 물었다.

"엄마, 이 옷 어때요?"

엄마도 가볍고 시원해 보인다고 하셨다.

엄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 그 자리에서 옷을 구입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뜻밖에 엄마를 위한 선물 하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대천에서 처음 먹어본 밴댕이조림

대천의 식당에 도착해 밴댕이조림을 주문했다.

밴댕이조림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어떤 맛일까 궁금했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

엄마와 동생도 잘 먹었고 나도 식사를 무난하게 마쳤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늘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 답답해지고 소화도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먹은 음식이 내 몸과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소화제와 두통약을 먹어도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아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먹었다.

두통도 계속되어 두통약까지 먹었다.

그런데도 속은 쉽게 편해지지 않았다.

머리도 계속 아팠고 몸에 힘이 빠졌다.

동생 집에 도착한 후에도 소화가 되지 않아 다시 소화제를 먹었다.

몸이 불편하면 즐거웠던 외출의 기억도 금세 흐려진다.

그래도 지금은 억지로 참기보다 몸의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약을 먹으며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생각보다 더 예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종종 나에게 예민하다는 말을 한다.

나는 소리와 잠자리의 변화에도 영향을 쉽게 받는다.

음식이 몸에 맞지 않으면 소화불량뿐 아니라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도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처음 먹은 음식 뒤에 속이 답답해지고 두통까지 찾아오면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내 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예민하구나.'

예민하다는 말은 흔히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몸의 민감함은 작은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능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참을 때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회복 중인 시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괜찮은 음식이라도 나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내 몸에 잘 맞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 움직여도 되는 날과 충분히 쉬어야 하는 날을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 옷을 입고 좋아하시는 엄마

동생 집에 도착한 뒤 엄마에게 서천휴게소에서 산 옷을 입어보시라고 했다.

엄마가 새 옷을 입고 나오셨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옷의 색과 모양이 엄마에게 잘 맞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젊어 보이기도 했다.

엄마도 거울을 바라보며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다.

동생과 나도 엄마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큰 선물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이 엄마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새 옷을 입고 기분 좋아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몸은 편하지 않았지만 그 장면만큼은 오래 기억하고 싶을 만큼 따뜻했다.


회복 27일차,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오늘은 흐린 하늘에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했다.

엄마의 솔직한 음식 평가에 동생과 한참을 웃었고, 대천에 가서 처음으로 밴댕이조림을 먹었다.

즐거운 외출이었지만 식사 후에는 소화불량과 두통이 찾아와 몸이 힘들었다.

그래도 휴게소에서 산 새 옷을 입고 좋아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루가 늘 좋은 일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웃다가도 몸이 아플 수 있고, 즐거운 외출 중에도 예상하지 못한 불편함이 찾아올 수 있다.

회복은 불편함이 전혀 없는 하루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순간을 발견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몸은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엄마의 웃음과 새 옷이 남긴 따뜻함 덕분에 마음만큼은 조금 가벼워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한 줄

몸이 불편한 하루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환한 표정은 마음을 회복시키는 따뜻한 약이 됩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내 몸이 불편할 때 가장 먼저 보내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 다른 사람에게 괜찮아도 나에게 맞지 않았던 음식이 있나요?
  • 최근 가족의 표정을 환하게 만들어준 작은 선물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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