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0분 푸놀치|어제는 보이지 않던 강아지풀이 오늘 꽃밭이 되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었을 강아지풀이 오늘에서야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강아지풀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제 마음에 주변을 천천히 바라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강아지풀과 무궁화꽃, 떨어진 달맞이꽃, 산딸기, 금계국, 아카시아 여린 잎을 이용해 꽃밭과 사람의 얼굴을 표현했습니다. 꽃과 풀을 하나씩 만지고 배열하는 동안 제 마음도 차분하게 정돈되어 갔습니다.


오늘도 아침은 다시 밝았습니다

오늘도 아침은 다시 밝았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눈을 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잠시 뒤척이다가 아침 산책을 준비해 집을 나섰습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바람도 불고 하늘도 예뻤는데, 오늘은 바람 한 점 없이 조금 심통이 난 표정으로 저를 맞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방긋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그렇게 오늘의 산책과 10분 푸놀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무엇으로 표현해 볼까

산책하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오늘 어떤 재료를 만나게 될지 상상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무엇으로 표현해 볼까.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좋을까.

오늘은 어떤 꽃과 풀을 만나게 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그날의 마음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재료가 달라집니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강아지풀

길을 걷는데 강아지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어제도, 그제도 같은 자리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강아지풀이 유난히 또렷하고 풍성하게 보였습니다.

강아지풀은 손으로 살짝 잡아당기면 쉽게 빠지는 풀이라 조심스럽게 한 줌을 모았습니다. 손안에 담긴 강아지풀을 바라보니 넓게 펼쳐진 들판이나 꽃밭을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오늘 보였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자연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제 마음에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조금 더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더 사랑스러웠던 무궁화꽃

조금 더 걷자 무궁화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무궁화꽃이 유난히 곱고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흰색과 분홍빛 꽃들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무궁화꽃 몇 송이도 오늘의 재료로 정했습니다.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무궁화꽃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했습니다.

막상 작품으로 표현하려니 무궁화꽃이 가진 본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푸놀치는 자연의 모습을 똑같이 재현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무궁화꽃을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했는가보다, 그 꽃을 바라보며 제가 무엇을 느꼈고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무궁화꽃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무궁화꽃만 표현하지 않고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도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꽃만 놓았을 때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을 함께 표현했을 때 작품의 느낌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떨어진 달맞이꽃은 풍성한 머리카락이 되었고, 아카시아 여린 잎은 또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 되었습니다. 작은 자연물은 눈이 되고, 가느다란 줄기는 얼굴의 선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함께 표현하니 단순한 꽃 장식이 아니라 누군가가 꽃 앞에 머물러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며 저 자신에게도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며 꽃을 바라보고 있을까?
  • 꽃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을까?
  • 오늘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떨어진 달맞이꽃도 다시 작품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요즘 길가에는 달맞이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습니다.

달맞이꽃은 오래 피어 있지 않고 금세 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활짝 피어 있는 꽃보다 바닥에 떨어진 달맞이꽃이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다하고 내려앉은 꽃이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노란빛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떨어진 달맞이꽃을 하나씩 주워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이미 진 꽃이라고 해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어 있을 때는 피어 있는 모습으로 아름답고, 떨어진 뒤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오늘의 달맞이꽃은 작품 속 사람의 풍성한 머리카락이 되어 다시 피어났습니다.


오늘 산책길에서 만난 푸놀치 재료

  • 강아지풀
  • 흰색과 분홍색 무궁화꽃
  • 떨어진 달맞이꽃
  • 산딸기와 산딸기 잎
  • 금계국
  • 아카시아 여린 잎
  • 새롭게 피기 시작한 국화과 꽃
  • 길가에서 만난 풀과 가느다란 줄기

푸놀치는 재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재료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도, 꽃도, 열매도, 길가의 풀도 모두 마음을 담아내는 소중한 재료가 됩니다.


강아지풀과 꽃이 넓은 꽃밭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차들이 지나다녀도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준비한 강아지풀과 꽃, 잎을 하나씩 꺼내 놓았습니다.

강아지풀은 길고 풍성한 들판이 되었고, 노란색과 연보라색 국화과 꽃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되었습니다.

무궁화꽃은 작품의 중심이 되었고, 산딸기는 초록빛 사이에 붉은 생기를 더해 주었습니다.

아카시아 여린 잎과 길가의 풀은 얼굴과 꽃밭의 형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연물 하나를 놓을 때마다 다음 장면이 떠올랐고, 재료가 더해질수록 작품 속 이야기도 풍성해졌습니다.


왜 어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오늘 보였을까요?

우리의 뇌는 주변에 있는 모든 정보를 똑같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길을 걸을 때 눈앞에는 수많은 꽃과 풀, 색과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는 그중 현재 의미 있다고 느끼는 대상에 더 오래 주의를 기울입니다.

걱정과 피로로 마음이 가득할 때는 주변의 작은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반대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강아지풀의 부드러운 모양이나 꽃의 색처럼 평소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강아지풀이 눈에 들어온 것도 강아지풀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제 주의가 그곳에 머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천천히 바라보는 경험은 마음을 현재의 감각으로 데려옵니다. 과거의 일을 반복해 떠올리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던 생각이 잠시 멈추고, 지금 눈앞에 있는 색과 모양에 집중하게 됩니다.


자연물을 고르고 배열할 때 뇌는 함께 움직입니다

푸놀치를 하는 동안에는 손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고르고, 색과 크기를 비교하고, 어느 위치에 놓을지 생각하며 여러 뇌 기능을 함께 사용하게 됩니다.

꽃과 잎의 형태를 살필 때는 시각 정보가 활발하게 처리되고, 강아지풀과 잎을 만질 때는 촉각과 손의 움직임이 함께 연결됩니다.

전체 구성을 생각하고 재료의 위치를 바꾸는 과정에서는 집중과 선택, 계획,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전전두엽의 기능도 사용됩니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이나 자연의 풍경을 떠올리는 과정에서는 기억과 감정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런 과정은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몰입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작품을 완성한 뒤 머릿속이 조금 정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느낄 때 생기는 작은 긍정정서

무궁화꽃이 사랑스럽게 보이고, 강아지풀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떨어진 달맞이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에는 작은 긍정정서가 생깁니다.

그것은 거창한 행복이라기보다 아주 작은 마음의 움직임입니다.

“예쁘다.”
“신기하다.”
“재미있다.”
“이것으로 무엇을 만들어 볼까?”

이러한 감정은 생각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강아지풀을 보고 넓은 꽃밭을 떠올리고, 무궁화꽃을 보며 꽃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들고, 떨어진 달맞이꽃을 머리카락으로 표현한 것도 이런 정서적 여유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도 성취감은 남습니다

무궁화꽃의 본래 아름다움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잠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니 그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 오늘도 내 마음을 표현했다.
  • 내가 바라본 풍경을 내 방식으로 담았다.
  • 처음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도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이런 작은 성취감은 자신이 해낸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다음 표현활동을 이어갈 힘이 됩니다.

푸놀치는 완성도가 중요한 활동이 아닙니다. 잘 만들었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재료를 고르고 만지며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의 10분 푸놀치가 남긴 마음

오늘은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강아지풀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궁화꽃은 유난히 사랑스러웠고, 떨어진 달맞이꽃은 자신의 시간을 다한 뒤에도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강아지풀과 국화과 꽃들로 넓은 꽃밭을 만들었고, 무궁화꽃을 바라보는 사람도 표현했습니다.

완성된 작품들을 바라보니 오늘 아침 제가 만났던 자연과 감정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연은 매일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의 푸놀치는 꽃과 풀을 배열한 시간이 아니라, 제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마음 한 줄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강아지풀이 오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연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제 마음에 바라볼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푸놀치 질문

오늘 여러분의 눈에 새롭게 들어온 것은 무엇인가요?

늘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오늘 처음 본 것처럼 느껴진 꽃이나 나무, 작은 풍경이 있었나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지금 내 마음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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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보라 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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