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배우는 삶 2기 ③ │ 엄마는 남겨야 할 것은 꼭 남겨두셨습니다

엄마는 남겨야 할 것은 꼭 남겨두셨습니다 | 엄마에게 배우는 삶 2기 ③

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텃밭을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은 모두 씨앗을 받을 것 같았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요즘은 필요한 채소는 모종을 사다가 심으십니다.

그런데도 꼭 남겨두는 것들이 있습니다.

들깨씨, 쪽파씨, 마늘, 그리고 생강입니다.


남겨야 할 것은 남겨두셨습니다

어느 날 엄마께 물었습니다.

"엄마, 이것들은 왜 따로 남겨두세요?"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에 심어야지."

짧은 대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마가 살아오신 삶의 방식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함께 준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비우는 것도 필요하고 남기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새것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필요하면 다시 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무조건 남겨두지도, 무조건 버리지도 않으셨습니다.

필요한 것은 남기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으셨습니다.

그 균형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엄마의 지혜였습니다.


삶에도 남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복을 시작하면서 저도 많은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강의도, 상담도, 심리검사도 잠시 멈추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를 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붙잡고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대신 꼭 남겨야 할 것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건강, 가족, 따뜻한 마음, 사람과의 인연.

그런 것들은 씨앗처럼 다음 계절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씨앗보다 희망을 남기셨습니다

엄마는 들깨씨를 남기셨고, 쪽파씨를 남기셨고, 마늘과 생강을 남기셨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농사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습니다.

다음 계절을 믿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엄마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면서도 내일을 준비하고, 지금을 살아가면서도 다음 계절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남겨야 할 것을 조용히 남겨두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생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을 알아보고 지켜내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여러분은 다음 계절을 위해 무엇을 남겨두고 계신가요?

씨앗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건강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남겨둔 작은 것이 내일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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