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내리는 아침, 산꼭대기에 작은 산안개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다른 안개들은 모두 산 너머로 넘어간 것 같은데, 그 안개만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이 안개를 붙잡고 있는 것인지, 산안개가 산을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돌아왔더니 작은 산안개는 사라지고, 이번에는 훨씬 큰 산안개가 산 중턱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산안개의 밀당
이슬비 내린 아침,
산안개가 산꼭대기에 걸렸다.
친구들은 벌써
산 너머로 다 넘어갔는데
작은 안개 하나만 남아 있다.
산이 붙잡은 걸까,
안개가 아쉬워 버티는 걸까.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니
작은 안개는 사라지고
이번에는 커다란 안개가
산 중턱에 떡하니 걸려 있다.
작은 안개를 보내 놓고
큰 안개를 붙잡다니,
아무래도 이 산,
혼자 있기 싫어서
안개와 교대 근무 중인가 보다.
— 보라 강민주
산과 안개가 헤어지는 방법
산책을 나설 때는 작은 산안개가 산꼭대기에 걸려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커다란 산안개가 산 중턱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산이 혼자 있기 싫어 작은 안개를 보내고 큰 안개를 붙잡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연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잠시 후면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산안개가 머물다 떠나는 짧은 순간도 가만히 바라보면 산과 안개가 나누는 재미있는 이야기 한 편이 됩니다.
산안개가 산에 걸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산이 외로워 잠시 붙잡아 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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