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기록합니다.
엄마는 아침이면 텃밭부터 다녀오십니다.
손에는 늘 작은 바구니 하나가 들려 있습니다.
어떤 날은 상추를, 어떤 날은 고추를, 그리고 어떤 날은 아욱을 한 아름 담아 오십니다.
그날도 엄마는 싱싱한 아욱을 한가득 따 오셨습니다.
"오늘은 아욱국 끓여 먹자."
그 말 한마디에 집 안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의 아욱국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엄마는 아욱을 깨끗이 다듬고, 멸치와 새우를 넣어 국물을 우려내셨습니다.
진한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아욱을 넣고, 된장을 풀고, 마지막까지 국을 천천히 살피십니다.
화려한 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엄마가 끓여주신 아욱국은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습니다.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만은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먹어
국을 떠 주시며 엄마는 늘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많이 먹어."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딸이 조금이라도 기운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
한 끼라도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으십니다.
대신 국을 한 그릇 더 떠 주십니다.
반찬을 제 앞으로 밀어주십니다.
그것이 엄마의 사랑 표현이었습니다.
엄마는 음식을 만들지 않으셨습니다
엄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돌보고 계셨습니다.
아욱을 심을 때부터, 물을 줄 때부터, 잡초를 뽑을 때부터 이미 엄마의 사랑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모여 한 그릇의 아욱국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국을 먹으며 몸도 따뜻해졌지만, 마음도 함께 따뜻해졌습니다.
회복에도 따뜻한 밥상이 필요했습니다
회복은 약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 먹고, 잘 쉬고, 누군가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도 회복의 일부였습니다.
엄마의 아욱국은 제 몸을 위한 음식이면서 제 마음을 위한 위로였습니다.
한 숟갈을 떠먹을 때마다 '엄마가 끓여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제게는 어떤 보약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텃밭에서 아욱을 따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랑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따뜻한 국 한 그릇에도 담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여러분이 가장 그리운 음식은 무엇인가요?
그 음식이 생각나는 이유는 맛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 음식을 만들어 주던 사람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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