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2일차|아픈 엄마가 일하는 것을 자식은 보고 싶겠어

어느새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42일차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집 앞 논에서 들려오는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동네 주민이 농약을 주는지 이른 시간부터 경운기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습니다.

요즘은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도 조금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찍 환해지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5시가 넘어야 날이 밝아오는 것 같습니다.

시계를 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6시 전후였던 것 같습니다.

경운기 소리와 엄마가 움직이는 소리가 함께 귓가를 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소리에 잠이 깼는데 옆에서 자는 동생은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제가 소리에 예민한 것이 맞나 봅니다.

오늘의 회복 이야기
  • 새벽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깬 아침
  • 87세 엄마와 두 시간 가까이 풀을 뽑은 시간
  • 텃밭의 부추와 고추로 끓인 계란탕
  • 서로에게 일하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와 딸의 마음

엄마의 팔토시와 장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잠에서 깨어 엄마를 보니 마당으로 나가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팔토시를 끼고 엉덩이에 차는 작은 의자를 두른 뒤 장화까지 신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무엇을 하려는지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마당의 풀을 뽑으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마당에 풀이 많이 자라 뽑아야 한다는 말씀을 계속하셨습니다. 엄마에게 마당의 풀은 눈에 보일 때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숙제 같은 것인가 봅니다.

엄마가 혼자 풀을 뽑는데 저만 산책을 나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저도 장갑을 끼고 호미 한 자루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모기가 뜯어 먹으니까 그만하고 들어가”

제가 풀을 뽑기 시작하자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모기가 뜯어 먹으니까 그만하고 들어가.”

그 말을 하면서 엄마는 자신의 온몸에 모기약을 뿌리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조금 웃겼습니다.

딸에게는 모기가 무니 들어가라고 하면서 자신은 모기약을 뿌려서라도 끝까지 풀을 뽑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매일 아프고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엄마에게만 풀 뽑는 일을 맡겨둘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는 제가 모기에게 물리는 것이 걱정되고, 저는 아픈 엄마가 혼자 일하는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나란히 앉아 풀을 뽑았습니다.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모기는 달려들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모기는 얼굴도 물고 다리도 무는 것 같았습니다. 가렵고 땀이 흘렀지만 그때마다 손을 멈추면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계속 풀을 뽑았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햇볕은 점점 강렬해졌습니다. 더 이상 계속하면 안 될 것 같아 엄마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이제 그만해요!”

엄마도 알겠다고 대답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동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습니다.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오니 그제야 동생이 거실에 앉아 저를 보며 물었습니다.

“다 씻었어?”

저와 엄마가 두 시간 가까이 마당에서 풀과 모기, 햇볕과 씨름하는 동안 동생은 정말 깊고 편안하게 잔 모양입니다.

엄마도 일을 마치고 들어와 씻고 계셨습니다.

텃밭의 부추와 고추를 넣어 계란탕을 끓였습니다

씻고 나온 저는 얼른 아침 준비를 했습니다.

요즘 엄마는 국물이 없으면 식사를 잘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계란탕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어제 텃밭에서 베어다 놓은 부추와 고추를 쫑쫑 썰어 넣고 계란을 풀었습니다.

마당에서 두 시간 가까이 풀을 뽑고 먹는 아침이라 그런지 따뜻한 국물이 더 필요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는데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엄마는 너희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어릴 때도 되도록 일을 안 시켰는데 지금이라고 시키고 싶겠어?”

그 말을 듣고 저도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럼 자식은 아픈 엄마가 일하는 것을 보고 싶겠어?”

제 말을 들은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아주 작은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엄마는 자식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자식은 아픈 엄마가 혼자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데 표현하는 방향만 달랐습니다.

엄마는 “들어가라”고 말하고, 저는 말없이 장갑을 끼고 엄마 옆에 앉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결국 함께 풀을 뽑았습니다.

“○○ 여사님은 집구석에서 뭐하시나?”

오후가 되자 엄마는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지신 모양입니다.

앞집 아주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말씀하셨습니다.

“집구석에서 뭐 하느라 나와보지도 않아?”

그 말을 듣고 저는 엄마의 이름을 똑같이 불렀습니다.

“○○ 여사님은 집구석에서 뭐하시나?”

그러자 엄마가 큰 소리로 웃으셨습니다.

자신이 앞집 아주머니에게 한 말을 제가 그대로 돌려주니 웃음이 나셨던 모양입니다.

아침에는 햇볕 아래에서 함께 풀을 뽑고, 식탁에서는 서로 일하지 말라고 실랑이를 했는데 오후에는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엄마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겠다며 집을 나서셨습니다.

아침에 두 시간이나 풀을 뽑고도 집에만 있기에는 답답하셨던가 봅니다. 사람을 만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봐야 엄마의 하루가 제대로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

8월의 첫날, 시골에 내려온 지 한 달 반

오늘은 8월의 첫날입니다.

제가 회복하기 위해 엄마가 사는 시골에 내려온 지도 어느덧 한 달 반이 되어갑니다.

처음 내려왔을 때는 하루가 길게 느껴졌습니다. 몸의 상태를 살피고, 쉬고, 또 쉬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아침에는 엄마와 풀을 뽑고, 텃밭에서 가져온 부추와 고추로 계란탕을 끓입니다. 오후에는 엄마와 농담을 주고받고, 엄마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는 모습을 기다립니다.

이제 이런 일들이 제 하루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회복을 위해 내려온 곳이지만 쉬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엄마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보고, 엄마가 혼자 감당하던 일을 조금씩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처럼 두 시간 가까이 풀을 뽑는 일은 회복 중인 제 몸에도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엄마를 돕고 싶은 마음과 제 몸을 쉬게 해야 하는 마음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오늘 엄마와 나눈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사랑이고, 아픈 엄마가 혼자 일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제 마음도 사랑입니다.

서로의 몸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자꾸 상대방에게 쉬라고 말합니다.

회복 42일차.

오늘은 경운기 소리에 잠이 깨 엄마와 두 시간 가까이 마당의 풀을 뽑았습니다. 텃밭의 부추와 고추를 넣어 계란탕을 끓였고, 식탁에서는 서로에게 왜 일을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오후에는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8월의 첫날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하루의 장면들은 제 마음속에 천천히 쌓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 줄
엄마는 자식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고,
자식은 아픈 엄마가 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쉬라고 말하는 마음도 결국은 사랑입니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입니다. 수술 후 회복 상태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몸에 무리가 느껴질 때는 충분히 쉬고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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