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57일차 - 5시간 만에 뽀글이가 되었다

작년 10월 중순쯤 파마와 커트를 한 뒤 급하게 뇌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수술 후 염색은 아이들이 집에서 몇 번 해주었지만, 파마와 커트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어요.

그러던 오늘, 엄마 손에 이끌려 시골 미용실에 갔어요. 가볍게 파마만 하고 돌아올 줄 알았는데 무려 5시간을 보내고 낯선 뽀글머리가 되어 돌아왔어요.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57일차
엄마를 따라 파마하러 갔다가 미용실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머리까지 받아들이게 된 하루예요.

엄마 눈에 들어온 내 긴 머리

작년 10월 중순쯤 파마와 커트를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뇌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수술 후 염색은 아이들이 집에서 서너 번 해주었지만, 파마와 커트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어요. 머리는 어느새 길어졌고 남아 있던 파마기도 거의 사라졌어요.

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엄마 눈에는 제 긴 머리와 파마기 없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파마하러 가자.”

엄마가 몇 번이나 말씀하시는 바람에 오늘은 반강제적으로 미용실에 가게 되었어요.

시골 미용실도 예약이 필요해요

요즘은 시골 미용실도 예약하지 않으면 머리를 하기 어렵다고 해요. 엄마는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 두셨고, 오전 10시까지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어요.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엄마는 9시 30분부터 가자고 서두르셨어요. 결국 우리는 9시 40분에 집을 나섰어요.

미용실에 도착하니 먼저 파마한 손님이 마무리 드라이를 하고 계셨어요. 잠시 후 우리 차례가 되었고 미용사님이 어떤 파마를 할 것인지 물으셨어요.

저는 디지털펌을 하겠다고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머리라 제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가운을 입고 의자에 앉아 머리에 영양제부터 바른 뒤 잠시 기다렸어요.

미용실이 동네 사랑방이 되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예약하지 않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오시고, 엄마의 조카도 염색을 하러 왔어요.

미용사님은 제 머리를 만지다가 엄마 머리를 손질하고, 다른 손님의 커트를 하고 또 염색약을 발랐어요. 작은 미용실은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 되어갔어요.

사람들이 오가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시간도 이리저리 흘러 어느새 점심때가 훌쩍 지나 있었어요.

“언니, 배고파서 아사하겠다”

엄마에게 배가 고프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배가 고팠어요.

결국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언니, 배고파서 아사하겠다.”

동생이 무엇을 사다 주면 되느냐고 물어 소금빵을 부탁했어요. 잠시 후 동생이 사 온 소금빵을 미용실에 계신 아주머니들과 나누어 먹었어요.

덕분에 당장 쓰러질 것 같던 배고픔은 잠시 달랠 수 있었어요.

“설마 뽀글이는 아니지?”

한참 머리를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뭐 해?”

“엄마 따라 파마하러 왔어.”

제 말을 들은 친구의 황당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끊이지 않았어요.

“네가 거기서 파마를 한다고? 설마 뽀글이는 아니지? 어떻게 나올지 끝나면 사진 찍어서 보내봐.”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저도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과연 어떤 머리가 나올지, 제 마음에 들기는 할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대충 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 시작한 파마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화를 낼 수도, 마음에 든다고 할 수도 없고

중화제를 바르고 한참 기다린 뒤 머리를 감았어요. 드디어 거울 앞에 앉아 완성된 머리를 보았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도 없었어요.

결국 그냥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일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랬어요.

엄마도 파마와 염색을 마친 뒤 머리를 잘랐어요. 그런데 엄마 머리도 생각보다 너무 짧아 낯설게 느껴졌어요.

엄마가 파마하고 오실 때마다 제가 “엄마 머리가 뭐야?”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엄마와 딸이 나란히 낯선 머리를 하고 있으니 그저 웃음만 나왔어요.

미용실에서 보낸 장장 5시간

아침 10시 전에 도착했는데 모든 일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10분 전이었어요. 무려 5시간 가까이 미용실에 있었던 거예요.

배도 고프고 몸도 지쳤어요. 오늘은 미용실에서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것 같았어요.

용인에서 다니던 단골 미용실 원장님은 제가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걸 아셔서 아무리 오래 걸리는 머리라도 세 시간 안에는 끝내주셨어요.

그래서인지 오늘의 다섯 시간은 더욱 길게 느껴졌어요.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주변 식당은 모두 브레이크 타임이었어요. 결국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밥을 먹었어요.

식사를 마친 뒤 엄마는 엄마 방에서, 저는 거실에서 푹 퍼져 쉬었어요. 파마 한 번 했을 뿐인데 오늘 아주 대단한 일을 치른 것 같았어요.

가족들의 너무나 솔직한 반응

완성된 머리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더니 너무 뽀글거린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사진을 보고 “헉~~~”이라는 답장을 보냈고, 여동생은 계속 말했어요.

“언니 스타일 아니야. 너무 이상해.”

모두의 반응이 아주 솔직했어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머리카락은 잘려 나갔고 파마도 끝났는걸요. 다시 붙일 수도, 파마하기 전으로 돌릴 수도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컬도 조금 풀리고 짧은 머리도 다시 자라겠지요.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속상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나는 괜찮다

회복 57일차

오늘은 엄마 손에 이끌려 파마를 하고, 시골 미용실에서 다섯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의 솔직한 평가까지 들은 날이었어요.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더니 몸은 지쳤고, 완성된 머리는 제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도 저는 괜찮아요.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너무 뽀글거리는 파마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풀릴 테니까요.

살다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머리로도 한동안 살아야 하는 날이 있어요.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오늘 하루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날로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오늘은 거울 속 낯선 제 모습을 보며 그냥 웃고 말기로 했어요.

오늘의 한 줄

이미 잘린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고, 너무 뽀글거리는 파마도 언젠가는 풀린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웃고 말기로 했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이에요. 회복 속도와 외출 후 느끼는 피로감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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