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 크게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글로 남길 만한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쩌면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회복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오늘은 아침 6시 전부터 엄마와 여동생, 저까지 세 모녀가 함께 배추 겉절이와 고구마 줄기 김치를 담갔어요.
김치를 담그며 손발을 맞춘 세 모녀와 물 한 번 더 쓰는 일에도 양보 없는 엄마의 절약 정신을 기록한 하루예요.
별일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어요
요즘은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요.
크게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아침이면 일어나 몸 상태를 살피고,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고 엄마와 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요.
글로 남길 만한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쩌면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가 회복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분주하게 시작되었어요.
엄마가 겉절이를 담그자고 했어요
어제 엄마가 겉절이를 담그자고 하셔서 여동생과 함께 시장에 다녀왔어요.
시장에서 배추를 사고 고구마 줄기도 구입했어요. 고구마 줄기 김치를 맛있게 먹던 오빠 생각도 났고, 저도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다만 고구마 줄기를 하나씩 벗기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손질된 것으로 샀어요.
할 수 있는 일은 하되 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엄마는 어제 배추를 어슷썰기로 미리 준비해두셨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절여야 한다.”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셔서인지 오늘은 저도 모르게 일찍 눈이 떠졌어요.
6시 전부터 배추를 절이는 엄마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엄마 방으로 가보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벌써 일어나 계셨어요.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는데 배추에 소금을 뿌리며 절이고 계셨어요.
엄마는 한번 하기로 마음먹은 일이 있으면 시간을 미루지 않아요. 우리가 보기에는 조금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지만 엄마에게는 정해놓은 시간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옆에서 잠깐 도와드렸어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하고 싶어졌어요.
“엄마, 나 잠깐 걷고 올게.”
길게 가지 않고 딱 30분만 걷고 돌아왔어요.
예전 같으면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갔겠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과 몸의 상태를 생각하며 적당한 선에서 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눈치로 손발을 맞춘 세 모녀
집에 돌아와 보니 소금을 조금 많이 뿌린 덕분인지 배추의 숨이 생각보다 빨리 죽어 있었어요.
아침밥을 먹기 전에 김치를 담가도 될 것 같았어요. 엄마와 여동생, 저까지 세 모녀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누가 정확하게 역할을 나눈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이 필요한 재료를 찾으면 다른 사람이 건네주고, 양념이 부족한 것 같으면 조금 더 넣었어요.
번갈아 맛을 보면서 부족한 간도 맞추었어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말보다 눈치가 먼저 움직였어요.
그렇게 배추 겉절이를 담그고 고구마 줄기 김치까지 완성했어요.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긴 김치를 보니 아침부터 제법 큰일을 해낸 것 같았어요.
물 한 번 더 쓰는 것도 마음대로 안 돼요
저는 주방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준비했어요. 그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김치를 담근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어요.
김치를 버무리면서 바닥에 고춧가루와 양념을 조금 흘린 모양이에요. 빗자루도 필요하고 바닥을 닦을 물도 필요했어요.
여동생이 엄마에게 물을 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엄마는 사용하고 남은 물을 조금 건네며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이것으로 해라.”
동생은 “그냥 물 조금만 더 줘.”
엄마는 쓰던 물로도 충분하다고 하고, 동생은 깨끗한 물을 조금만 더 달라고 하며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어요. 물 한 바가지에도 엄마의 절약 정신은 한 치의 양보가 없었어요.
엄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법
여동생과 저는 되도록 엄마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엄마가 어떤 것을 아까워하고 무엇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버려야 할 것이 생기면 엄마가 보지 않을 때 조용히 버리기도 해요. 음식의 양이 많으면 먹기 전에 덜어두고, 남길 것 같으면 처음부터 조금만 담아요.
엄마와 함께 지내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조심해도 엄마 눈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서로 살아온 방식과 기준이 다르니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의견이 부딪힐 수밖에 없겠지요.
우리는 물을 조금 더 써야 편하고, 엄마는 쓸 수 있는 물을 버리는 것이 아까워요.
누구 한 사람이 틀렸다기보다 각자가 살아온 세월과 생활 방식이 다른 것이에요.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 맞춰가는 일이에요
엄마의 절약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에요.
부족한 시절을 살아오며 물건과 음식, 물 한 방울까지 아껴야 했던 삶이 엄마 안에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반면 여동생과 저는 조금 더 편하고 빠른 방법에 익숙해요.
서로의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나면 조금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어요.
세 모녀가 함께 김치를 담그는 일도 마찬가지였어요. 간을 보는 기준도 다르고 정리하는 방법도 다르지만, 서로 눈치를 보고 손을 맞춘 끝에 김치 두 가지를 완성했어요.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은 모든 생각이 같아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을 조금씩 견디고 맞춰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별일 없는 하루도 회복이에요
아침밥을 먹고 나니 세 사람 모두 힘이 빠졌어요.
엄마는 엄마 자리에서, 여동생과 저도 각자의 자리에서 잠시 쉬었어요.
김치 몇 통을 담갔을 뿐인데 아침부터 하루치 에너지를 상당히 사용한 기분이었어요.
요즘은 특별한 일도 없고 크게 아픈 곳도 없이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고 있어요.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저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돕고, 30분 산책을 다녀오고, 세 모녀가 함께 김치를 담갔어요.
일이 끝난 뒤에는 무리하지 않고 쉬었어요.
예전에는 이런 하루가 너무 평범해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지금은 평범한 일을 함께하고, 몸이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하루가 고마워요.
회복은 언제나 큰 변화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봐요.
별다른 두통 없이 아침을 맞는 것, 가족과 김치를 담그는 것, 작은 실랑이 끝에도 함께 밥을 먹고 쉬는 것.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쌓이며 저를 다시 일상으로 데려가고 있어요.
오늘의 한 줄
별일 없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회복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세 모녀가 김치를 담그며 평범한 일상의 힘을 다시 느꼈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이에요. 회복 과정과 활동 후 느끼는 피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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