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79일차.
가족들과 오빠의 생일을 축하한 뒤 아이들과 함께 용인으로 돌아왔어요.
집으로 돌아왔다는 반가움도 잠시,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심해진 감기 증상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아야 했어요.
오늘은 익숙한 호수공원을 다시 걸으며 일상 복귀의 첫걸음을 내디뎠고, 동시에 다시 쉬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도 들었어요.
시골에서의 회복생활을 마치고 용인으로 돌아온 첫날, 다시 걷기 시작한 마음과 먼저 쉬어야 하는 몸을 기록했어요.
가족과 함께 마무리한 시골생활
오빠의 61번째 생일을 가족들과 즐겁게 보냈어요.
바닷가 가까이에 사는 여동생이 준비한 새우와 대하, 오징어가 생일상의 주인공이었어요.
모두 싱싱하고 맛있어서 가족들은 먹는 내내 행복하다고 했어요.
오빠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제가 시골생활을 마무리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을 수 있어 긴 회복생활의 마지막이 따뜻하게 채워지는 것 같았어요.
생일파티를 마친 뒤 어제 오후, 아이들과 함께 용인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도착하자 밀려온 피로
시골집에서 조용히 쉬며 지내다가 여러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장시간 차까지 타서인지 집에 도착하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어요.
몸이 무겁고 자꾸 졸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떠나 있던 집이라 그런지 잠은 일찍 깼어요.
처음에는 침대에서 뒹굴며 다시 잠들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잠도 오지 않고 이렇게 누워 있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볍게 옷을 입고 집 근처 호수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각자의 속도로 걷는 사람들
이른 아침인데도 호수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천천히 걷는 사람, 가볍게 뛰는 사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 있었어요.
둘이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도 있었고, 재활을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보였어요.
모두 같은 길을 가고 있었지만 속도와 걷는 방법은 달랐어요.
각자의 몸과 상황에 맞게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어요.
용인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예전의 속도로 곧바로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의 저도 저들 중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허락하는 만큼 걷고, 힘들면 쉬면서 제 속도로 다시 시작하면 돼요.
오고 가는 시간을 포함해 한 시간 정도 걸은 뒤 집으로 돌아왔어요. 시골의 논과 밭 대신 익숙한 호수공원을 걸으며 용인에서의 첫 아침을 열었어요.
심해진 감기로 병원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시골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감기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비염도 심해지고 가래도 많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어요.
진료를 받은 결과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하셔서 약을 처방받아 왔어요.
우선 5일 동안 약을 복용한 뒤 다시 병원에 오라는 안내도 받았어요.
용인으로 돌아오면 곧바로 일상 복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제게 먼저 감기부터 잘 돌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용인으로 복귀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에게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했어요.
그러자 모두 반갑다며 환영한다는 답장을 보내왔어요.
짧은 문자였지만 저를 기다리고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감사했어요.
제가 돌아갈 자리가 있고, 제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다시 시작할 힘이 되어주었어요.
다만 그 마음이 고맙다고 해서 서둘러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요.
반겨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힘으로 삼되, 몸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다시 만나면 될 것 같아요.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9시가 넘었는데도 입맛이 없어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긴 시간 함께 지내던 딸이 떠난 뒤 맞이한 첫 아침이었어요.
엄마에게는 집 안의 적막함이 평소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지만, 엄마는 제가 머물던 자리까지 텅 비어버린 집에서 혼자 아침을 맞았을 거예요.
걱정도 되고 속상했어요. 몸은 용인에 돌아왔지만 마음 한쪽은 여전히 엄마가 계신 시골집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어요.
뜻밖의 곳에서 전해진 엄마의 소식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엄마의 소식이 전해졌어요.
일주일에 세 번 엄마를 방문하는 방문간호사님이 제 글에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주셨어요.
제가 곁에 없는 시간에도 엄마를 찾아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어요.
간호사님은 이런 말을 남겨주셨어요.
“이 또한 지나갑니다.”
그 말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뜻만은 아닌 것 같았어요.
엄마도 저도 지금의 허전함을 잘 지나가 보자고, 서로의 자리에서 이 시간을 견디며 응원하자는 말처럼 들렸어요.
그 한마디가 제 마음에 작은 위로와 안도감을 주었어요.
회복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됩니다
저는 용인으로 돌아왔고 엄마는 다시 시골집에 남으셨어요.
서로의 자리가 달라졌지만 두 사람 모두 낯선 마음을 지나고 있어요.
엄마는 딸이 없는 일상에 다시 익숙해져야 하고, 저는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과 감기 증상을 돌보며 제 생활로 돌아가야 해요.
오늘 호수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면 될 거예요.
걷는 속도가 달라도, 잠시 멈추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가도 괜찮아요.
중요한 것은 무리해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과 마음에 맞는 길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시골에서의 회복생활은 끝났지만 제 회복은 계속됩니다.
용인에서 맞이한 첫날, 저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병원에도 다녀왔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일과 다시 쉬어가는 일이 한날에 함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앞으로 제가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일상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한 줄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다시 쉬어야 한다는 몸의 말도 함께 들었다.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이에요. 약은 의료진과 약사의 안내에 따라 복용하고,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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