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문을 통해 마음과 관계, 상처와 회복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성찰 이야기입니다.
좋은 대화란 말을 잘하는 것일까요?
말을 조리 있게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면 좋은 대화를 하는 사람일까요?
그런데 우리는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보다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기도 합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답답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늘 「삶에게 묻다 ㉚」에서는 좋은 대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대화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었던 청년
어느 날 한 청년이 현자를 찾아왔습니다.
청년은 사람들과 대화를 잘하고 싶다며 물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고,
좋은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대화가 어렵습니다."
현자는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하느냐?"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합니다."
현자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의 이야기는 언제 듣느냐?"
청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자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좋은 대화는 좋은 말을 찾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듣는 데서 시작된단다."
우리는 왜 대화를 하면서도 듣지 못할까?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한 사람은 말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듣고 있을까요?
상대가 이야기하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음 말을 준비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
"그건 네가 잘못한 것 같은데."
"내가 해결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그러다 보면 상대의 말은 귀로 듣고 있지만 상대의 마음은 놓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화는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경청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뿐 아니라 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누군가 "오늘 회사에서 정말 힘들었어"라고 말했을 때 바로 해결책을 알려주기보다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많이 힘들었어?"
"어떤 부분이 제일 속상했어?"
질문 몇 마디가 상대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대화가 자꾸 싸움이 되는 이유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작은 이야기였는데 어느 순간 큰 싸움이 되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연락하지 않아서 서운했어."라는 말이
"당신은 원래 이기적인 사람이야."로 바뀝니다.
"그 말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라는 이야기가
"당신은 항상 말을 그렇게 해."가 됩니다.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 전체에 대한 판단으로 바뀌는 순간 상대도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합니다.
'너는'보다 '나는'으로 말해보기
같은 마음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달라집니다.
"너는 왜 내 말을 안 들어?" 대신
"내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속상했어."
"당신은 맨날 자기 생각만 해." 대신
"내 의견도 한번 들어주면 좋겠어."
상대를 평가하는 말보다 내가 느낀 감정과 바라는 것을 말하면 대화의 문이 조금 더 오래 열려 있을 수 있습니다.
정답보다 공감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해결해 주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빠르게 답을 줍니다.
"그렇게 하지 마."
"그냥 잊어버려."
"내가 보기에는 이렇게 하면 돼."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이 항상 해결책은 아닙니다.
때로는 단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이 이해받았다고 느낄 필요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질문은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화에는 좋은 질문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취조하듯 묻는 질문과 마음을 열게 하는 질문은 다릅니다.
"왜 그렇게 했어?"보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어?"
"그래서 누가 잘못했는데?"보다
"그 일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였어?"
"내가 뭐라고 했어?"보다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질문이 달라지면 상대가 꺼내는 이야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침묵도 대화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대화 중 침묵이 생기면 어색해합니다.
그래서 빨리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침묵을 말로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슬픈 이야기를 했을 때 바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조용히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네 곁에 있어"라는 마음은 전달될 수 있습니다.
좋은 대화에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합니다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언제나 모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면 기다려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왜 말을 안 해?"
"나한테도 말 못 해?"
라고 다그치기보다
"이야기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
라고 기다려주는 것.
그 기다림도 좋은 대화의 한 부분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 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꽤 친절하게 이야기합니다.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듣고, 질문도 하며, 예의를 갖춥니다.
그런데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에게는 다르게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또 그 이야기야?"
"무슨 말인지 알아."
"됐어. 내가 다 알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듣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계속 변합니다.
어제 알았던 사람이라고 해서 오늘의 마음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대화를 위해 기억하면 좋은 것
- 끝까지 듣기 - 상대가 말하는 동안 내 대답부터 준비하지 않습니다.
- 감정을 먼저 알아주기 - 해결책보다 마음을 먼저 살펴봅니다.
-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이야기하기 - "너는 원래 그래"라는 표현을 줄입니다.
-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 비난보다 내가 느낀 마음을 설명합니다.
- 모르면 물어보기 - 상대의 마음을 짐작만 하지 않습니다.
- 침묵을 기다려주기 -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줍니다.
대화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갈등이 생기면 어느 순간 우리는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옳은지 증명하려고 합니다.
내가 맞다는 것을 설명하고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이겼다고 해서 관계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싸움에서는 이겼는데 서로의 마음은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 중 가끔은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이해하려는 걸까, 이기려는 걸까?"
좋은 대화는 마음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줍니다
현자는 청년에게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을 잠시 기억할 수는 있단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사람은 오래 기억하지."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대단한 해결책을 주지는 않았지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던 사람.
힘든 날 조용히 곁에 있어주었던 사람.
"그랬구나"라고 말하며 내 마음을 받아주었던 사람.
어쩌면 좋은 대화란 말을 많이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삶에게 묻다
나는 대화할 때 얼마나 상대의 말을 듣고 있을까?
상대가 이야기하는 동안 다음에 내가 할 말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이야기할 때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꺼낼 수 있을까?
좋은 대화에는 화려한 말솜씨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잘 들어주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모르면 물어보고,
때로는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
그 작은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이어줍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마음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좋은 대화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나는 대화할 때 말하는 편인가, 듣는 편인가?
- 가까운 사람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 해결책부터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 나는 상대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들어줄 수 있는가?
- 오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건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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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게 묻다 ㉙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말하는 방법만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왜 적당한 마음의 공간이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 보세요.
📖 삶에게 묻다 ㉘
좋은 대화의 출발점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해결보다 공감이 먼저 필요한 이유를 함께 살펴보세요.
삶에게 묻다 3기를 마치며
마음은 왜 흔들리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한 「삶에게 묻다 3기」가 어느덧 열 번째 질문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는 상처를 이야기했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을 생각했고,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서운함과 회복,
타인의 시선과 관계의 상처,
공감과 관계의 거리까지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는 대화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삶의 많은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묻고, 듣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질문이 계속되는 한, 삶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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