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쓴 『할머니 집엔 마음이 익어가요』 북콘서트가 있는 날입니다. 장소는 일산입니다.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혼자 운전해서 가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곁을 지켜온 친구가 기꺼이 운전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이라는 점에서 더 미안하고, 그래서 더 고마운 아침입니다.
사실 이번 북콘서트는 한 번쯤 취소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날씨가 참 좋습니다. 꽃도 만발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친구와 봄나들이를 가기에도 좋고, 연인과 추억을 만들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참여자는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습니다. 용인에서 일산까지 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고, 일요일 이동이라는 점도 부담이 되었고, 무엇보다 아직 제 몸 상태가 예전처럼 자유롭고 가볍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그냥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라, 제게는 다시 마음을 세우는 날 같았기 때문입니다.
식목일에 떠오른 생각 하나
오늘은 식목일이기도 합니다.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을 믿는 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큰 변화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씩 자라날 것을 믿고 한 그루를 심는 마음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의 북콘서트도 그런 자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가 아니어도, 잠깐 반짝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어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는 시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일산 페어살롱에 가기로 마음먹은 이유
오늘 북콘서트가 열리는 곳은 일산의 페어살롱입니다. 그 공간을 운영하시는 카페지기님은 아미뜨레라는 농장을 운영하시며 느린학습자 청년들과 함께 카페를 꾸리고,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길을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말로만 좋은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고 계신다는 점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 초대는 단순히 한 번의 행사 요청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 함께 자라나는 방식, 그리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이미 공간 안에 담고 있는 분의 초대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 제게 일산으로 가는 길은 많은 사람 앞에 서기 위한 길이라기보다 의미 있는 마음들과 만나러 가는 길에 더 가깝습니다.
한 사람에게라도 닿을 수 있다면
오늘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는 느린학습자의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제가 살아오며 겪었던 시간들, 공부하며 붙들어온 마음들, 상담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표정과 이야기들, 그리고 제 책 속에 담으려 했던 따뜻한 시선이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주 대단한 답을 주지 못해도 누군가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 수 있습니다.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어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그런 감각 하나가 사람을 다시 버티게 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어서 갑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컨디션에서는 망설이지 않고 쉬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참여자가 적다는 이유로 괜히 마음이 작아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 모두 갖춰져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분명하기 때문에 가는 날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오늘이 제게는 그런 날입니다.
몸은 아직 조심해야 하고, 먼 길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은 이유가 분명한 아침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일산으로 향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 시간이 오래 남는 장면이 되기를
북콘서트는 책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서로의 삶을 조용히 비추어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책을 쓰며 지나온 시간을 다시 떠올리고, 그 책을 읽은 누군가의 마음과 만나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낸 시간을 잠시 같은 공간에 놓아보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만나는 분들에게도, 그리고 제게도 이 시간이 오래 남는 한 장면이 되면 좋겠습니다. 당장 크고 화려한 무언가가 아니어도, 조용히 마음에 남아 나중에 다시 꺼내보게 되는 시간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저는 먼 길을 갈 준비를 합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조금은 긴장한 마음으로, 하지만 분명한 의미를 품고.
혹시 지금 “이걸 계속해야 하나” “굳이 여기까지 가야 하나” “내가 가는 길이 맞나” 하는 마음으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오늘 제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길이 편해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는 길은 조금 힘들어도 끝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 길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씨앗 하나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라면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무엇 때문에 다시 가기로 결심하게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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