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앵무새가 출근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작은 앵무새가 아이들에게 주는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리는 제 고등학교 친구가 얼마 전 집으로 데려온 앵무새입니다. 친구와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40년을 함께 살아온 오래된 친구입니다.
친구는 주로 발달장애 아동을 상담하고 있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과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서로 만나는 대상은 조금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친구가 토리를 데려온 이유는 단순히 귀여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아동 중에는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거나 낯선 대상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작은 소리, 갑작스러운 움직임, 새로운 동물의 존재도 아이들에게는 큰 긴장이 될 수 있습니다.
토리도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편안한 존재였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무서워했고, 어떤 아이는 관심이 없는 척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에서 변화는 늘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무서움은 천천히 줄어듭니다
행동수정 기법 중에 체계적 둔감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두려운 대상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경험을 단계적으로 반복하며 불안을 줄여가는 방법입니다.
토리와 아이들의 만남도 그와 닮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기. 사진으로 보기. 토리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조금씩 가까워지기. 같은 공간에 있어 보기.
이렇게 한 장면씩 경험하다 보면 아이들은 조금씩 배웁니다.
“아, 토리는 나를 해치지 않는구나.”
“가까이 있어도 괜찮구나.”
“내가 조금 다가가도 되는구나.”
처음에는 관심도 갖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슬쩍 곁눈질로 토리를 바라봅니다. 그 장면을 보면 마음이 참 흐뭇해집니다.
상담가는 그런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 작은 눈길 하나가 아이 마음 안에서 시작된 변화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리는 매일 출근하지 않습니다
토리는 매일 상담실에 출근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만 친구와 함께 출근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보고 싶다고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워갑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월요일을 기다립니다.
“오늘 토리 와요?”
그렇게 묻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토리를 기다리는 마음 안에는 기대감도 있고, 반가움도 있고, 관계를 향한 작은 설렘도 있습니다.
출근한 토리도 아이들과 잘 놀아줍니다. 작은 몸으로 상담실 안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상담은 관계를 통해 일어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느낍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꼭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기법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눈빛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동물과 함께 있는 안전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토리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천천히 와도 괜찮아.”
“무서워해도 괜찮아.”
“나는 너를 공격하지 않아.”
“우리는 조금씩 친구가 될 수 있어.”
어쩌면 토리는 상담실에서 아주 조용하지만 중요한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날개가 만들어내는 변화
친구가 보내주는 토리 사진과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고등학교 친구로 만나 40년을 함께 살아온 우리가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의 마음을 만나고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친구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만나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토리라는 작은 존재가 있습니다.
토리는 아이들에게 기다림을 알려주고, 불안을 줄여주고, 관계의 시작을 만들어줍니다.
상담실에 출근하는 앵무새 토리.
생각할수록 참 귀엽고,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오늘도 토리는 작은 날개로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작은 존재가 있나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때로는 그런 존재 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회복시켜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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