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가족이 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아침이다.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제법 굵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가족들이 모이는 곳까지 다들 잘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도 오늘은 걱정보다 설렘이 더 큰 아침이다. 오늘은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제부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서 말이다.
작년에 결혼한 동생, 아직도 낯선 제부라는 말
사실 아직도 제부라는 말이 조금 낯설다.
작년에 동생이 결혼을 했는데도 그렇다.
내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그런데 이 동생이 50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다.
나는 동생의 선택을 존중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행복의 기준도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니셨다.
동생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걱정을 하셨다.
“저 아이는 언제 짝을 만나려나.”
그 걱정이 얼마나 크셨을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런데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연이 찾아왔고, 순식간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늦은 결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함께 걸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니까.
나는 좋은 이모가 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작은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었다.
좋은 이모가 되는 것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9남매 중 막내딸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9남매 중 여자 형제는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외삼촌들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이모가 한 분뿐이었다.
그런데 엄마와 이모의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났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 이모네 집에 놀러 갔는데, 어린 내 눈에는 이모보다 할머니가 먼저 보였다.
그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것이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상상하던 이모는 젊고 예쁘고 멋진 사람이었는데 현실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혼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나중에 멋진 이모가 되어야지.”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동생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나는 이모가 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가끔 농담처럼 말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좋은 이모가 되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결국 이모는 되지 못했고, 대신 제부가 생겼다.
동생보다도,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제부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아마 제부가 동생보다 나이가 꽤 많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동생은 50대 초반인데 올해 제부는 환갑이다. 게다가 사실 제부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보통은 동생이 결혼하면 나보다 어린 제부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집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는 더 낯설었던 것 같다.
동생의 남편인데 나보다 나이가 많고, 가족이 되었는데 아직은 서로 조심스럽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어색하다.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동생의 남편이기도 하고, 이제는 우리 가족이 된 사람이니까.
가족도 시간이 필요한 관계인지 모른다
가족이라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루아침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알아가고, 조금씩 정이 들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우리는 서로 멀리 살고 있다.
자주 만나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 같은 날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결혼 후 처음 맞는 환갑 생일이다. 그래서 온 가족이 다 모인다.
아마 시끌벅적할 것이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반복하며 웃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음식을 챙기느라 바쁠 것이다.
그래도 그런 시간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4대가 함께 모이는 날
오늘은 4대가 함께 모인다.
생각해 보니 참 감사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언니 마음도 올라온다.
50년 넘게 자유롭게 살아온 동생이 잘 지내고 있는지,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혹시 힘든 일은 없는지 괜히 궁금해진다.
하지만 걱정보다 믿음이 더 크다.
지금까지 자기 삶을 씩씩하게 살아온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비 오는 아침, 가족을 생각하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동생에게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고,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식구가 생겼고, 무엇보다 모두 건강하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새롭게 생기는 관계보다 익숙한 관계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가족도 늘 새롭게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결혼으로 가족이 되고, 누군가는 태어나면서 가족이 되고, 누군가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가족이 된다.
아직은 조금 어색하고 서먹서먹한 제부라는 존재.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몇 년 뒤에는 오늘의 어색함을 웃으며 이야기할 날도 오지 않을까.
가족이란 원래 그렇게 되어가는 것일 테니까.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
우산 챙기고 선물 챙기고.
오늘은 마음껏 웃고 떠들다 와야겠다.
오늘의 마음
가족이 된다는 것은 처음부터 편해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비 오는 아침, 나는 오늘 새로운 가족의 생일을 축하하러 간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에게도 아직은 조금 어색한 가족이 있나요?
-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관계가 있나요?
-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내가 새롭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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