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9일차, 마늘 4접 앞에서 다시 내 몸의 속도를 배웠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지 9일째, 오늘은 물안개 산책으로 시작해 5일장에서 마늘을 사고, 500원 버스를 타며 시골의 정겨움을 다시 느꼈다.

오늘은 회복 9일차다. 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준비를 했다.

밖이 조용해서 엄마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엄마는 다시 잠을 청하고 계셨다.

아마 아침 일찍 한 번 일어나 움직이셨다가 시간이 너무 이른 것 같아 다시 누우신 모양이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고 혼자 산책을 나갔다.


오늘도 물안개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도 물가에는 물안개가 피어 있었다.

어제보다 더 많이 피어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생각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더 예뻤을 텐데.'

그래도 아쉬움은 잠시였다.

회복 중인 몸으로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아침 7시 25분, 마늘 사러 가자는 전화

거의 집에 도착할 무렵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일이지?'

전화를 받으니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와. 동네 아주머니가 마늘 사러 가자고 오셨어."

알고 보니 오늘이 또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어제 엄마와 동네 아주머니가 오늘 9시 버스를 타고 마늘을 사러 가자고 이야기해 두셨는데, 아주머니 아들이 시장에 간다고 하며 함께 가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오신 시간이 아침 7시 25분이었다.

시골의 하루는 정말 빠르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바지만 갈아입고 아주머니네 화물차에 올랐다.


마늘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마늘을 보러 다녔다.

사실 나는 마늘을 본다고 해도 잘 모른다.

그냥 마늘은 다 같은 마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마늘에도 종류가 있다고 하셨다.

  • 벌마늘
  • 스페인마늘
  • 홍삼마늘
  • 신마늘

나는 그 이름을 듣고도 신기했다.

마늘에도 이렇게 종류가 많다니.

오늘 우리는 그중에서 신마늘을 구입했다.

엄마 말씀으로는 신마늘이 예전 육쪽마늘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나는 예전에는 마늘을 살 때 크고 까기 좋은 것이 좋은 마늘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마늘도 맵기만 한 것이 있고, 푸석푸석한 것도 있어."

그 말을 듣는데 또 하나를 배운 것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 같은 마늘 같아도 맛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고 쓰임도 다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저마다의 속과 결이 다르다.

오늘도 나는 엄마와 아주머니 옆에서 또 하나를 배웠다.

배우는 것은 정말 평생인 것 같다.


4만 원짜리 마늘을 3만 5천 원에 샀다

아주머니가 흥정을 해주셨다.

4만 원짜리 마늘을 3만 5천 원에 사기로 했다.

우리는 3접을 구입했고, 아주머니는 2접을 구입하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마늘을 아주머니 아들 차가 있는 곳까지 옮겨야 했다.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었다.

3번을 왔다 갔다 했더니 온몸에 기운이 쪽 빠졌다.

회복 중이라는 말을 잊고 잠깐 예전처럼 움직인 것이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이 생각난 순간

그때 시원한 냉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냉커피를 3잔 샀다.

내것만 산 것이 아니라 마늘 파는 아주머니와 마늘 사는 것을 도와주신 아주머니께도 드렸다.

작은 커피 한 잔이지만 그 순간에는 마음을 나누는 것 같았다.


500원 버스비가 너무 신기했다

나는 집에 갈 때 9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버스에 올라 카드를 찍는데 요금이 500원으로 표시되었다.

엄마에게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신기했다.

경기도에서 살다 온 나에게 500원 버스는 낯선 풍경이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손이 느려 잘 안 되었다.

다른 분들이 탈 때 잽싸게 찍었다.

그 모습을 보신 기사님이 물으셨다.

"왜 그걸 찍어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경기도 사는데 500원이 너무 신기해서요."

기사님도 웃으셨고, 버스에 타고 계신 어른들도 같이 웃으셨다.

순간 내가 작은 웃음을 드린 것 같아 나도 웃음이 났다.


저 집 딸이고만

버스를 타고 마을에 도착하니 엄마가 기다리고 계셨다.

엄마는 내가 마늘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줄 알고 나오신 것이었다.

버스에 계신 분들이 엄마를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저 집 딸이고만."

나는 다시 인사를 하고 내렸다.

참 시골은 정겹다.

내가 누구인지 금방 연결되고, 누군가의 딸로 불리는 곳.

이름보다 관계가 먼저 알아봐지는 곳.

그런 곳에 다시 와 있다는 것이 묘하게 따뜻했다.


마늘 4접을 매달고 얼굴빛이 노랗게 변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있으니 아주머니 아들이 마늘을 가져다주셨다.

엄마는 마늘을 말려야 한다며 달아 매달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네가 키도 크고 하니까 네가 매달아라."

나는 이미 기운이 없었다.

그런데 마늘 파는 아주머니가 덤으로 작은 마늘 한 접을 더 주셔서 모두 4접이 되었다.

결국 나는 마늘 4접을 매달았다.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다.

다 하고 나니 얼굴빛이 노랗게 변했다고 한다.

웃기기도 하고,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회복 중인 사람에게 마늘 4접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회복은 내 몸의 속도를 알려주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 물안개를 보며 산책을 했고
  • 갑작스럽게 마늘을 사러 시장에 갔고
  • 마늘 종류를 배웠고
  • 500원 버스에 웃었고
  • 마을 사람들에게 다시 "저 집 딸"이 되었고
  • 마늘 4접 앞에서 내 몸의 한계를 배웠다

회복은 이렇게 매일 나에게 알려준다.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무리인 것.

즐거운 것과 힘든 것.

고마운 것과 조심해야 할 것.

오늘은 회복 9일차.

마늘을 사러 간 날이었고, 500원 버스에 웃은 날이었고, 마늘 4접 앞에서 내 몸의 속도를 다시 배운 날이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내 몸이 보내는 한계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있을까?
  • 예전에는 쉬웠지만 지금은 조심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 오늘 내가 배운 작은 삶의 지혜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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