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8일차,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 엄마와 혼자서도 충전하는 나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지 8일째, 오늘은 물안개 낀 아침 산책과 시골의 열매들, 그리고 엄마와 나의 다른 회복 방식을 생각했다.

오늘은 회복 8일차다. 아직 옻이 오른 다리는 크게 진전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려움은 조금 덜해진 듯하지만, 종아리에는 여전히 붉은 자국이 남아 있다.

회복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제자리인 것 같고, 분명 어제보다는 나은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 시간들이 있다.


새벽 소리에 잠이 깨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새벽부터 옆집에서 무엇인가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아주머니와 아드님의 대화 소리도 이어졌다.

조금 더 잠을 청해 보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산책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 방문이 닫혀 있어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엄마는 아직 조금 더 잠을 청하고 계셨다.

평소 같으면 벌써 일어나 움직이셨을 텐데, 오늘은 엄마가 더 쉬고 계신 모습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개울가에서 만난 물안개

혼자 천천히 마을을 걸었다.

개울가에 다다르자 오랜만에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더라면 더 짙은 물안개를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회복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런 풍경들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시골 산책길에서 만난 열매들

오늘 산책은 조금 특별했다.

일부러 가까이 지내는 아주머니네 밭으로 걸어가 보았다.

그 집은 계절마다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는 곳이다.

오늘도 반가운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붉게 익어가는 자두
  • 노랗게 익은 살구
  • 주렁주렁 달린 포도
  • 조금씩 자라고 있는 사과와 배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은 열매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콩이 눈에 들어왔다.

강낭콩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궁금한 마음에 콩 하나를 따서 살짝 까 보았다.

역시 강낭콩이었다.

괜히 혼자 웃음이 났다.

호기심은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수박과 복숭아까지 만난 날

조금 더 걷다가 다른 집 밭 앞에서 또 발길이 멈췄다.

비닐로 덮어 놓은 곳이 보였다.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 보았다.

비닐 아래에는 수박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옆에는 복숭아나무가 있었는데 복숭아도 제법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많은 것을 만나는 날이었다.

산책을 나갔다가 계절을 만나고, 열매를 만나고, 호기심도 만나고 돌아왔다.


일요일, 텃밭은 쉬고 동네 사랑방에 다녀왔다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텃밭에도 나가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동네 아주머니가 엄마를 부르셨다.

"맛있는 거 가져왔는데 같이 먹어요."

엄마가 나를 바라보셨다.

"같이 가자."

나도 따라갔다.

참외와 과자를 가져오셨다.

마당에 둘러앉아 참외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골에서는 먹을 것이 생기면 함께 나누는 일이 참 자연스럽다.


엄마는 사람들 속에서 덜 아프다고 했다

참외 몇 조각을 먹고 먼저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심심한데 왜 벌써 들어가?"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안 심심해요."

그 말을 듣고 엄마도 웃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혼자 있으면 더 아파."
"회관 앞에 나가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 덜 아프더라."
"집에 와도 혼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낫더라."

그 말을 듣는데 엄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사람을 만나며 힘을 얻는 분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엄마에게는 에너지가 된다.

아마 엄마는 외향형인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이 살아나는 사람.


나는 혼자 있는 시간도, 함께 있는 시간도 좋다

나는 엄마를 보며 웃었다.

"엄마는 정말 외향형이네."

그러면서 문득 내 이야기도 해보았다.

나는 반반인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도 좋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싫은 것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회복은 나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다

회복을 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 참 많다.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내 마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인지.

몸만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다.

오늘은 회복 8일차.

물안개도 만났고, 계절의 열매도 만났고, 엄마의 웃음도 만났다.

그리고 오늘은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회복하는 방법도,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엄마는 사람들 속에서 힘을 얻고, 나는 사람과 혼자 있는 시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힘을 얻는 편일까, 혼자 있을 때 회복되는 편일까?
  • 오늘 나에게 에너지를 준 작은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 회복 중인 나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은 함께하는 시간일까, 혼자 있는 시간일까?

#회복8일차 #회복일기 #엄마텃밭출근일기 #뇌동맥류회복기 #뇌동맥류수술후기 #뇌동맥류수술 #옻알레르기회복 #아침산책 #물안개 #시골풍경 #시골생활 #시골일상 #계절의열매 #자두 #살구 #포도 #복숭아 #수박 #강낭콩 #엄마와딸 #사람사는이야기 #자연속회복 #쉼의시간 #중년의삶 #50대이야기 #일상에세이 #중년에세이 #오늘의기록 #한결같은민주 #보라강민주

댓글 쓰기

0 댓글

신고하기

프로필

이 블로그 검색

01

태그

이미지alt태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