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감정을 만나야 합니다. 감정이 진정되어야 생각이 시작되고, 생각이 시작되어야 행동이 달라집니다.
왜 아이는 같은 말을 들어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상담 현장에서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분명히 여러 번 말했는데 또 그래요."
"왜 안 되는지 설명해 줬는데도 아이가 듣지 않아요."
"알면서도 왜 계속 같은 행동을 할까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묻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 순간 정말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상태였을까요?"
우리는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빨리 알려주고 싶어집니다.
"괜찮아."
"그 정도는 별일 아니야."
"다시 하면 되잖아."
하지만 아이의 감정이 크게 올라온 순간에는 이런 말이 잘 들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아이의 뇌가 아직 설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림 하나 때문에 울었던 아이
며칠 전 손녀 채채를 보며 이 장면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채채는 엄마가 그려준 그림에 색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선 안을 꼼꼼하게 칠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채채는 눈 부분에 색이 잘못 칠해지자 금세 속상해했습니다.
지우개로 지워도 보고, 엄마가 검은색 펜으로 눈동자를 다시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채채의 마음은 이미 상해 있었습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어른들은 쉽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 정도로 울 일이 아니야."
"다시 하면 되지."
"괜찮다니까."
그런데 정말 괜찮은 것은 어른의 기준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순간 자신이 잘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큰 사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뇌는 감정이 먼저 움직입니다
아이의 감정이 크게 올라올 때는 생각보다 감정의 뇌가 먼저 반응합니다.
특히 편도체는 속상함, 두려움, 화, 불안과 같은 감정 반응에 민감하게 작동합니다.
반대로 판단하고, 조절하고, 계획하는 전전두엽은 감정이 강해질수록 잠시 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이가 많이 속상할 때는 생각하는 뇌가 잠시 쉬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 긴 설명을 하면 아이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더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설명이지만, 아이에게는 또 다른 압박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행동 변화는 감정 안정 뒤에 시작됩니다
그날 채채에게 먼저 한 말은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속상했구나."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됐구나."
그러자 채채가 고개를 조금 들었습니다.
이 작은 반응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바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문이 조금 열린 것입니다.
감정을 이해받았다고 느끼면 아이의 긴장이 조금 내려갑니다.
긴장이 내려가야 생각하는 뇌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흐름은 보통 이렇게 이어집니다.
감정 → 안정 → 생각 → 행동
감정이 먼저 올라오고, 그 감정이 이해받으면서 안정됩니다.
안정된 뒤에야 아이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할 수 있어야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하기까지
채채에게 천천히 이야기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어. 그럴 때는 다시 길을 찾으면 돼."
"밥을 먹다가 흘릴 수도 있어. 그럴 때는 다시 먹으면 돼."
"블록을 만들다가 무너질 수도 있어. 그럴 때는 다시 만들면 돼."
"할머니도 실수하고 엄마도 실수해. 중요한 건 그다음이야."
이 말은 감정이 진정된 뒤에야 채채에게 들어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채채는 방에서 나왔습니다.
블록을 만들다가 무너졌을 때 채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는 다시 만들 수 있어요."
"더 튼튼하고 멋지게요."
이 말은 어른이 시켜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감정이 안정되고 생각이 시작되자, 아이 스스로 찾아낸 말이었습니다.
아이의 행동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울음만 보면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울음 아래에는 여러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잘하고 싶었던 마음
- 실수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
- 예쁘게 완성하고 싶었던 마음
-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마음
이 마음을 보지 못하고 행동만 고치려고 하면 아이는 더 움츠러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을 먼저 알아주면 아이는 다시 생각할 힘을 얻습니다.
부모가 기억하면 좋은 한 가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당연히 답답한 순간이 많습니다.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또 같은 행동을 할 때 부모도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보다 안정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뇌는 감정이 안정되어야 다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울고 있을 때는 먼저 이렇게 말해보면 좋겠습니다.
"속상했구나."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됐구나."
"마음이 많이 답답했겠다."
그다음에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볼까?"
"다시 해본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감정을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 생각을 돕는 것.
그래야 아이는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감정을 이해받을 때 달라집니다
채채의 모습을 보며 다시 느꼈습니다.
사람은 설명을 많이 들어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받을 때 변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도 그렇고 어른도 그렇습니다.
화가 날 때 충고가 잘 들리지 않고, 속상할 때 조언보다 위로가 먼저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감정을 만나야 합니다.
감정이 진정되어야 생각이 시작되고, 생각이 시작되어야 행동이 달라집니다.
오늘 아이가 울고 있다면 바로 설명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물어봐 주세요.
그 아이는 어쩌면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아직 마음이 너무 커서 들을 수 없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오늘 기억하면 좋은 말
- 아이의 울음은 문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 감정이 커지면 생각하는 뇌는 잠시 쉬게 됩니다.
- 행동 변화는 감정이 안정된 뒤에 시작됩니다.
- 공감은 아이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생각할 힘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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