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텃밭에서 아욱을 뜯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저는 한 편의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아욱국 한 그릇에는 음식보다 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엄마가 먼저 하루를 열었습니다.
새벽부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저도 눈을 떠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아직 아침 공기가 서늘하게 남아 있는 시간, 엄마는 텃밭 한쪽에서 아욱을 뜯고 계셨습니다.
연한 잎을 하나하나 골라 담는 엄마의 손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복하러 내려온 딸에게 따뜻한 아욱국 한 그릇 끓여주고 싶으셨구나.”
엄마는 늘 그렇게 사랑을 표현하셨습니다.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기보다, 밥을 차리고 국을 끓이고 따뜻한 한 그릇을 내어주셨습니다.
해마다 이맘때 엄마 집에 내려오면 먹을 수 있는 아욱국이 있습니다. 새우와 멸치가 들어가 깊은 맛을 내고, 텃밭에서 바로 뜯은 아욱이 들어가 더 부드럽고 향긋한 국입니다.
그 아욱국은 제게 단순한 계절 음식이 아닙니다. 엄마의 손맛이고, 엄마의 마음이고, 회복을 바라는 조용한 기도입니다.
엄마의 아욱국
엄마의 아욱
엄마의 텃밭 한쪽
작은 자리를 내어받은 아욱이
봄볕을 먹고
여름을 향해 자란다.
욕심도 없이
제 푸른 잎을
하나씩 내어준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흙의 기운을 품은 아욱은
엄마 손을 만나
한 그릇 국이 된다.
새우 한 줌
멸치 몇 마리
바다를 건너온 맛까지 품어
보글보글 끓는 냄비 속에서
시골이 익어간다.
한 숟갈 떠먹으면
아욱 맛보다
엄마의 손맛이 먼저 느껴지고
두 숟갈째에는
고단한 세월까지 함께 삼킨다.
내게 아욱국은
계절을 먹는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을
천천히 떠먹는 한 그릇이다.
왜 이 시를 쓰게 되었을까
이 시는 특별한 문장을 찾으려고 쓴 시가 아닙니다. 오늘 아침,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올라온 글입니다.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셨습니다. 회복을 위해 내려온 딸에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텃밭으로 나가 아욱을 뜯으셨습니다.
아욱은 참 소박한 채소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국으로 끓이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냅니다. 텃밭 한쪽 작은 자리에서 자라지만, 밥상 위에 올라오면 한 그릇의 위로가 됩니다.
그 모습이 꼭 엄마 같았습니다.
엄마도 평생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자식들을 위해 조용히 내어주며 살아오셨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고, 표현보다 밥상이 먼저였습니다.
엄마의 사랑은 늘 밥상에서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욱국 한 그릇에 담긴 회복의 마음
저는 요즘 회복을 위해 엄마 곁에 내려와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잠시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엄마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움직이셨습니다.
엄마에게 아욱국은 그저 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딸이 잘 먹고 기운을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음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의 아욱국은 유난히 더 따뜻했습니다.
한 숟갈을 떠먹으면 아욱의 부드러운 맛보다 엄마의 마음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두 숟갈째에는 엄마가 살아온 세월과 자식을 위해 아끼지 않았던 시간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사랑은 거창한 말보다 따뜻한 한 그릇에 있습니다
살다 보면 사랑은 꼭 큰 말이나 특별한 선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사랑은 새벽 텃밭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사랑은 냄비 속에서 보글보글 끓습니다. 어떤 사랑은 밥상 위에 조용히 놓입니다.
엄마의 아욱국이 바로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아욱국을 먹은 것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먹었습니다. 회복하라는 응원을 먹었고, 딸을 향한 오래된 사랑을 천천히 떠먹었습니다.
아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또 이 아욱국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벽부터 텃밭에서 아욱을 뜯던 엄마의 뒷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오늘 이 시를 쓰게 된 이유입니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에게 사랑으로 기억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 말보다 밥상으로 마음을 전해준 사람이 있었나요?
- 오늘 내가 천천히 떠먹은 사랑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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