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지 5일째, 오늘은 혈압 검사 결과를 듣고 다시 한 번 쉼의 의미를 생각했다.
오늘은 회복 5일차다. 오늘도 텃밭에서 무엇을 하지는 못했다.
엄마가 아욱을 뜯는 모습을 지켜보며 며칠 전 심어 놓은 들깨 모종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만 바라보았다.
내가 직접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시간 속에서도 회복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욱을 뜯는 엄마와 들깨 모종을 바라본 아침
아침 텃밭은 조용했다.
엄마는 익숙한 손길로 아욱을 뜯으셨고,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 함께 심었던 들깨 모종들도 눈에 들어왔다.
작고 여린 모종들이 그 자리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도 텃밭 일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조급하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 내 몫은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4시간 혈압 체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어제 병원에서 혈압 체크를 위해 손가락에 끼우고 있었던 링을 오늘 반납해야 했다.
혈압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침부터 조금 서둘렀다.
병원에서는 뇌동맥류 수술 전에도 내가 저혈압이라고 했었다.
이번에 24시간 혈압을 체크해 본 결과도 비슷했다.
"저혈압이 맞습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자율신경계 변화로 인해 혈압이 올라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의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요즘 계속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쉬셔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회복 5일차가 되어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기다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진짜로 쉬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수술 후 나는 빨리 괜찮아지고 싶었다.
빨리 예전처럼 움직이고 싶었고, 빨리 일을 다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지러워도 조금만 더 하자고 했고, 머리가 맑지 않아도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에 갈 때마다 돌아오는 말은 같았다.
안정과 휴식.
진짜로 쉬는 것이 답인 것 같다.
회복은 내가 애쓴다고 빨리 오는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줄 때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운 없는 엄마를 위해 옻닭을 먹으러 갔다
점심 무렵 엄마가 기운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예전에 오빠와 동생들과 함께 가서 먹었던 옻닭집에 가기로 했다.
마침 서산에서 여동생이 어제 와 있었고, 익산에 사는 남동생도 합류하기로 했다.
우리는 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식당은 예전에 왔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자리도, 분위기도, 음식 냄새도 그대로인 것 같았다.
음식 맛도 여전히 익숙했다.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
오래된 장소는 가끔 사람을 과거로 데려간다.
그때 함께 왔던 가족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그날의 공기도 떠오른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 가장 좋았던 것은 음식보다 엄마였다.
기운이 없다던 엄마가 옻닭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왜 이렇게 고마운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함께 밥 먹는 일이 당연했다.
그런데 요즘은 엄마가 한 숟가락 뜨는 모습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회복은 큰 변화가 아니라 작은 하루에서 온다
회복 5일차의 나는 아직 어지럽고, 여전히 조심스럽다.
텃밭에 나가 일을 할 만큼 몸이 가볍지도 않다.
하지만 오늘은 병원에 다녀왔고, 가족들과 밥을 먹었고,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회복은 꼭 큰 변화로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 혈압 결과를 확인하고
- 쉬라는 말을 다시 마음에 담고
- 엄마의 아욱을 바라보고
- 들깨 모종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 가족들과 따뜻한 점심을 먹는 것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는 것 같다.
오늘은 회복 5일차.
그리고 다시 한 번 알게 된 날이다.
진짜로 쉬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듣고 있을까?
- 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 오늘 나를 회복시킨 작은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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