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있는 엄마, 그리고 쉬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 집 여자들

엄마 곁에서 며칠을 지내며, 나는 이제야 엄마의 깔끔함과 강단 뒤에 숨어 있던 삶의 무게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참 깔끔한 사람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말하는 표현으로 하면 참 강단 있는 사람이다.

어릴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저 엄마는 부지런한 사람, 집안일을 잘하는 사람, 무엇이든 허투루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나이를 먹고, 다시 엄마 곁에서 며칠을 지내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가 왜 그렇게 강단 있게 살아야 했는지.
왜 한시도 손을 놓지 못하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왜 지금도 몸이 아픈데도 가만히 쉬는 일이 어려운 사람인지 말이다.

병약한 아버지와 6남매를 지켜낸 엄마

엄마는 병약한 아버지와 6남매의 자식을 키워야 했다.

그 시절 농촌에서 여자가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었다.

논밭일도 해야 했고, 집안일도 해야 했고, 아이들도 챙겨야 했고, 남편의 건강도 살펴야 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엄마는 아빠에게 늘 무엇인가를 하자고 말했던 것 같다.

집안일이든, 농사일이든, 살아가는 일에 있어 엄마는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위가 약하셔서 국이 없으면 밥을 잘 드시지 않았다.

술은 드시지 않았지만, 대신 부침개나 술빵처럼 손이 많이 가는 주전부리를 좋아하셨다.

그 바쁜 농촌 일손 속에서도 엄마는 그런 것들을 해내셨다.

생각해보면 참 고생을 많이 하셨다.

삭신이 남아나지 않았던 엄마의 몸

그래서일까.

우리 엄마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삭신이 남아나지 않았던 것 같다.

무릎 연골 수술도 두 다리를 다 하셨고, 지금도 팔다리가 아프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우리 집에는 맨소래담이 떨어지는 날이 없고, 파스도 서랍에 가득하다.

휴대용 안마기도 늘 가까이에 있다.

큰 안마의자를 사드리려고 했지만, 엄마는 자식들 돈 쓴다고 죽자고 싫어하셨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작은 휴대용 안마기를 사용하고 계신다.

엄마가 쉬지 못했던 이유

그런데 며칠 엄마와 함께 지내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든다.

엄마가 할 일이 많아서 아픈 것도 맞지만, 어쩌면 엄마의 성격 때문에 더 쉬지 못하셨던 것은 아닐까.

엄마는 정말 정확한 사람이다.

식사를 하시다가도 반찬을 조금 흘리면 바로 행주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다 먹고 닦아도 될 텐데, 엄마에게는 그 순간 바로 닦아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물건도 꼭 꺼낸 자리에 다시 넣어야 한다.

그래야 찾을 때 힘들지 않다고 하신다.

마당이나 정원에 풀이 나 있거나 나뭇잎이 돌아다니면 그냥 두지 못하신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엄마는 그것을 치워야 하는 사람이다.

엄마의 바쁨이 우리에게는 숨 쉴 틈이었을지도

어릴 때는 엄마가 그렇게 정확한 사람인지 잘 몰랐다.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엄마 곁에 내려와 지내면서 느낀다.

만약 엄마가 요즘 엄마들처럼 자식에게 하나하나 신경을 쓰는 환경이었다면, 나는 아마 강박적인 아이가 되었거나, 아니면 크게 반항하는 아이로 자랐을지도 모르겠다고.

엄마가 농촌에서 너무 바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식들을 세세하게 점검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에게는 숨 쉴 틈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참 이상하다.
엄마의 바쁨이 엄마에게는 고단함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자유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재봉틀 앞에 앉아 있던 엄마의 손

동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엄마의 이런 성격은 바느질을 하셔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엄마는 정말 손재주가 좋은 분이다.

지금도 옷을 샀는데 길이가 길거나 품이 맞지 않으면 뜯어서 다시 고쳐 입으신다.

젊었을 때는 오죽했을까.

동네에서 시집가는 사람들의 이불도 내가 기억하기엔 다 만들어주셨다.

예전에 우리 집에 있던 재봉틀과 굴러다니던 천 조각이 떠오른다.

재봉틀 앞에 앉아 천을 만지고, 실을 맞추고, 삐뚤어지지 않게 박음질하던 엄마의 손.

아마 그 손은 밭에서도, 부엌에서도, 바느질 앞에서도 늘 쉬지 않았을 것이다.

정리하고, 고치고, 맞추고, 다시 해내는 삶

그러고 보면 엄마의 삶은 늘 정리하고, 고치고, 맞추고, 다시 해내는 삶이었다.

몸은 아파도 집은 흐트러지면 안 되었고, 마음은 힘들어도 자식들은 먹여야 했고, 세월은 고단해도 오늘 할 일은 미룰 수 없었던 삶.

그런 엄마를 보며 자란 우리 집 자식들은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도 엄마처럼 쉬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몸이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했고, 마음이 지쳐도 멈추기보다 더 움직였다.

그리고 이제야 엄마 곁에 내려와 쉬면서 생각한다.

내가 쉬지 못했던 이유 안에는
엄마의 부지런함도 있고,
엄마의 강단도 있고,
엄마가 살아낸 세월의 방식도 있었구나.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은 엄마가 옳았다는 말만은 아니다.

엄마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있었고, 그렇게 살아야만 지킬 수 있었던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가는 일이다.

오늘도 엄마는 아픈 팔과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집안을 살핀다.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마음이 짠해진다.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또 한편으로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엄마처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엄마도 나도 조금은 쉬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엄마의 깔끔함 속에 있던 것들

엄마의 깔끔함 속에는 책임감이 있었고,

엄마의 강단 속에는 두려움이 있었고,

엄마의 부지런함 속에는 가족을 지키려는 사랑이 있었다.

나는 이제 그 사랑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엄마의 삶을 통해 나의 삶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

엄마는 여전히 말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다.

아프다고 하면서도 움직이고, 힘들다고 하면서도 정리하고, 쉬라고 하면 또 할 일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오늘도 생각한다.

우리 엄마, 참 많이 애쓰며 살아오셨구나.
그리고 그 애씀 속에서 우리 모두가 자랐구나.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에게도 쉬지 못하게 만든 삶의 방식이 있을까?
  • 부지런함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 나는 부모의 어떤 모습을 닮아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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