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비가 내렸습니다. 어른들 말씀으로는 농작물들이 “헤갈이를 했다”고 하지요. 마른 땅도 숨을 쉬고, 텃밭의 작물들도 다시 고개를 드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싱싱해진 잎도, 젖은 흙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비를 맞은 옥수수 수염이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꼭 미용실에서 막 파마를 마치고 나온 뒷모습 같았습니다. 누구는 굵은 웨이브, 누구는 히피펌, 누구는 폭탄머리. 같은 비를 맞았는데도 스타일이 하나도 같지 않았습니다.
비 오는 날, 옥수수 미용실 대소동
가뭄 끝에
비가 내렸다.
아침에 나가 보니
옥수수들이
죄다 미용실을 다녀왔다.
누구는
굵은 웨이브.
누구는
히피펌.
누구는
폭탄머리.
누구는
머리도 덜 말린 채
급하게 나온 모양이다.
빗방울은
머리끝마다
반짝이는 헤어 에센스.
가만히 보니
색깔도 다르고,
길이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 다르다.
같은 비를 맞았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그때
옥수수 하나가
슬쩍 투덜거렸다.
“원장님…
너무 말렸어요.”
비를 맞은 옥수수 수염이 알려준 것
자연은 참 엉뚱합니다. 그냥 지나치면 옥수수 수염일 뿐인데, 한 번 웃으며 바라보면 작은 미용실 풍경이 됩니다.
비는 파마약이 되고, 바람은 드라이기가 되고, 빗방울은 헤어 에센스가 됩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농작물에게는 생명이었고, 제게는 작은 웃음이었습니다. 시골 텃밭에는 이렇게 아무도 예약하지 않은 웃음이 불쑥불쑥 자랍니다.
오늘의 한 줄
같은 비를 맞아도, 옥수수 수염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을 지나도,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젖고, 마르고,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오늘 비 맞은 옥수수 수염 덕분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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