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게 묻다 ㉔ 가까운 사람에게 왜 더 서운할까? - 관계 속 기대가 만드는 마음

📖 삶에게 묻다 3기
삶의 질문을 통해 마음과 관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성찰 이야기입니다.

왜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서운해질까요?

다른 사람이 연락하지 않으면 별생각 없이 지나가는데,
가까운 사람이 연락하지 않으면 마음 한쪽이 서운해집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이해하면서도
가족이나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몰라주면 속상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이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는데…."

어쩌면 서운함은 사랑이 부족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그만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기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삶에게 묻다 ㉔」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왜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지, 그리고 기대와 서운함 사이에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줄 알았습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현자를 찾아왔습니다.

여인은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상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로 서운하지 않은데
가까운 사람에게는 작은 일에도 마음이 상합니다."

현자가 물었습니다.

"왜 서운했느냐?"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줄 알았습니다."

현자는 탁자 위에 빈 잔 두 개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잔에만 물을 따랐습니다.

여인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현자가 물었습니다.

"저 빈 잔에도 물이 들어 있느냐?"

"아니요."

"왜 없느냐?"

"물을 따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러자 현자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마음도 그렇단다.
전하지 않은 마음은 상대가 알지 못할 때가 많단다."

가까운 사람에게 왜 더 서운할까?

우리는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내가 힘든 것을 눈치채겠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해주겠지."

왜 그럴까요?

그 사람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를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커집니다.

그래서 기대가 채워지지 않았을 때 단순히 아쉬운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서운함이 됩니다.

서운함 뒤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 있을까?

누군가에게 서운할 때 우리는 상대의 행동부터 바라봅니다.

"왜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을까?"
"왜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내가 힘든 걸 알면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아래에는 다른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서운함을 무조건 나쁜 감정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서운함은 때로 내가 그 관계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마음의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지"라는 기대

가까운 관계에서 자주 생기는 기대가 있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알아야지."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그렇고,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내가 왜 힘든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서운한지

말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가 알아주지 못하면 이렇게 해석하기도 합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사랑의 크기와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해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마음

관계에서 서운함이 커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계산 때문입니다.

"나는 저 사람 생일을 챙겼는데…."
"나는 힘들 때마다 연락했는데…."
"나는 저 사람을 위해 이렇게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좋아서 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속 장부에 하나씩 기록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내가 기대했던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서운해집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말로 표현하고,
누군가는 행동으로 표현하며,
누군가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마음을 보여줍니다.

내가 주는 방식과 상대가 주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기대가 없는 관계가 좋은 관계일까?

그렇다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서운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기대도 없는 관계가 반드시 좋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기대합니다.

함께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기를 바랍니다.

기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내 기대를 상대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갈등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기대를 서운함이 아니라 말로 표현해 보세요

좋은 관계를 위해 기대를 모두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기대를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그것도 몰라?" 대신
"나는 그때 조금 서운했어."

"알아서 해줘." 대신
"나는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당신은 항상 그래." 대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음이 조금 아팠어."

말은 조금 달라졌지만 관계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를 비난하는 대신 내 마음을 설명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고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람과 나는 많은 시간을 함께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고,
사랑을 보여주는 방식도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관계는 마음을 맞히는 시험이 아닙니다

좋은 관계는 상대가 내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아맞히느냐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도 물어볼 수 있을 때 관계는 더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기도 해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느꼈는데 당신은 어땠어?"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 있을까?"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어?"

좋은 관계는 서로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아맞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마음을 계속 알아가는 관계인지도 모릅니다.

서운할 때 먼저 내 마음에 물어보세요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함이 생겼다면 상대를 탓하기 전에 잠시 나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 나는 이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 그 기대를 상대에게 말한 적이 있을까?
  •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과 상대의 방식이 다른 것은 아닐까?
  • 내 서운함 뒤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 있을까?

이 질문을 해보면 화와 서운함 뒤에 숨어 있던 진짜 마음이 보이기도 합니다.

삶에게 묻다

나는 요즘 누구에게 가장 많이 서운해하고 있을까?

혹시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기대를 품고 있지는 않을까?

"이 정도는 알아야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 마음 뒤에는 어쩌면

"당신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운함을 탓하기 전에 그 안에 숨어 있는 나의 기대를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상대에게 알아맞혀 달라고 기다리기보다 내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해 보는 것.

그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 무엇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가?
  • 그 기대를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해 본 적이 있는가?
  • 서운함 뒤에 숨어 있는 나의 진짜 마음은 무엇인가?
  • 상대도 나에게 말하지 못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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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㉕편을 발행한 뒤 위의 # 부분을 실제 글 주소로 변경하면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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